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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지금은 많이 편해졌어요."
3년 뒤인 2022년. 정진호는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선수가 아닌 코치로.
2021년 시즌 종료 후 한화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고, 두산이 손을 내밀었다. 정진호는 "막상 그만두려고 했을 때 아직 2~3년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냉정하게 봤을 때 구단 입장에서 20~21살 선수를 키우지 특출나지 않은 35살 외야수를 누가 쓰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생각을 바꾸니 크게 미련도 없다"고 설명했다.
현역 시절 달고 뛰었던 23번은 이제 강승호가 달고 뛰고 있다. 정든 번호를 단 후배인 만큼 정진호는 "(강)승호가 잘하고 있다. 그래도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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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선수 때보다 많이 편해졌다. 그는 "선수 때에는 오늘 한 경기 끝나도 내일 투수에 대해 생각하고 잘하려고 아둥바둥 했다. 잠도 못자고 예민했다. 지금 모든 선수들이 겪는 과정"이라며 "한 타석 한 타석 압박받는 게 없으니 지금은 심적으로 좀 편해졌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몸은 더욱 바빠졌다. 정진호는 "선수 때는 내가할 것만 하면 됐다. 코치는 가장 일찍 나와 가장 늦게 있어야 한다"라며 "알아야 선수를 가르치니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코치님'보다는 '형' 혹은 '선배'라는 단어가 익숙할 수 있는 시기. 정진호는 "선수 때에는 아무래도 부담을 느낄까봐 어린 선수들에게 말을 많이 걸지 못했다. 이제는 먼저 다가가려고 한다"라며 "그래도 선수들이 편하게 잘 다가와준다"고 했다.
편한 만큼, 서로를 존중해주는 지도자를 꿈꿨다. 정진호는 아울러 "선수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하고 싶다. 선수들은 다 자기만의 생각이 있다.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이 이니 생각대로 먼저해보고 안 됐을 때 내가 아는 방법도 말해주려고 한다. 무조건 한 방향이 아닌 원하는 방향으로 함께 가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