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를 확장하고 펜스를 높이는 공사를 마친 사직야구장 모습. 홈플레이트가 본부석 쪽으로 2.884m 당겨졌고, 담장 펜스는 6m로 더 높아졌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이승준 기자]부산 사직구장 담장을 높인 롯데 자이언츠의 선택은 옳았을까.
롯데는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사직구장 전면 리모델링을 마쳤다. 홈플레이트를 백스톱 방면으로 3m 당겼고, 홈플레이트와 중앙 담장(펜스) 사이 거리를 120.5m로 늘렸다. 또 외야 펜스에 1.2m짜리 철망을 세워 펜스 높이를 6m까지 올렸다. 큰 변화다.
롯데가 이런 변화를 선택한 이유는 '홈런 마진'을 줄이고 투수들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지난 시즌 롯데는 홈에서 원정 타자들에게 72개의 홈런을 허용했고, 반대로 롯데 타자들은 51개의 홈런을 쳤다. 홈런 마진이 '마이너스'였다. 롯데가 리모델링에 나선 이유도 이런 기록과 연관이 있다. 실제로 효과는 있는듯 보였다. 2021년 롯데는 홈 경기당 평균 홈런 0.708개를 쳤지만 원정 타자들이 경기당 평균 1개를 때렸다. 반면 롯데는 올해 21일 현재 홈 경기당 평균 홈런 0.44개, 원정 타자들이 경기당 0.50개를 때리며 전과 비교해 홈런이 줄어들었다. 단순히 이 기록만 놓고 보면 롯데가 추구했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듯 하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도 나왔다. 바로 뜬공보다 땅볼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사직구장 확장을 주도한 이는 롯데 성민규 단장이었다. 성 단장은 지난 시즌까지 활약했던 유격수 딕슨 마차도와 결별한 뒤 불거진 수비 약화 우려를 두고 "우리 팀은 유격수 땅볼보다 외야 뜬공 아웃이 많았다. 뜬공 유도 투수들이 많아졌다"고 외야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연 뒤 롯데 투수들의 성향은 정반대였다. 작년 롯데 투수들은 사직구장에서 땅볼/뜬공 비율 1.02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1.64로 크게 상승했다. 대표적 사례가 박세웅이다. 박세웅의 작년 땅볼/뜬공 비율은 1.26이었지만, 올해 3.70으로 급상승했다. 박세웅을 제외한 선발투수 중 이인복(2.25) 글렌 스파크맨(2.20) 찰리 반즈(1.74) 순으로 땅볼 유도가 많다. 올 시즌 KBO리그 10개 구단 평균치는 1.06. 롯데는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1.39이고, 사직구장에서는 1.64까지 상승한다. 그만큼 땅볼 유도가 많아졌다. 롯데의 구장 리모델링 배경에는 홈런 마진 줄이기 외에도, 롯데 투수들이 뜬공 유도형이 많다는 특성이 작용했는데 이 부분에서도 반전이 일어났다. 예상치 못한 변화가 급격히 생긴 셈이다.
피홈런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반대로 롯데 타자들의 홈런 감소 역시 피할 수 없었다. 23일 현재까지 사직에서 36경기를 치른 롯데에서 홈런을 친 타자는 이대호가 6개로 팀내 1위이고 한동희(3개) 전준우(3개) 안치홍(2개) D.J. 피터스(2개) 5명이다. 지난해 같은 홈 경기 수 기준 총 홈런 수(30개)에 비해 47%가 줄었다. 동기간 홈런 타자 숫자도 전년(12명)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투수들의 땅볼 유도 비율까지 급격히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롯데가 담장 효과를 예상한만큼 보고 있는 것인지 의문도 든다.
예상만큼의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었다. 평균적으로 타고투저 현상이 더 심화되는 후반기에는 이와 반대되는 기록이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승준 기자 lsj0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