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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땅에서 이젠 '씨가 마른' 한국인 투수, 류현진 이후가 없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2-06-22 07:55 | 최종수정 2022-06-22 07:56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지난 18일(한국시각) 토미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토미존 수술을 받고 1년 넘는 재활에 들어가면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이제 한국 선수는 당분간 볼 수 없게 됐다.

1994년 박찬호 이후 코리안 빅리거 투수가 활약하지 않은 기간은 2011~2012년, 두 시즌 뿐이다. '박찬호 시대'에는 김병현 서재응 김선우 조진호 등 아마추어 신분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들과 이상훈 구대성 등 KBO리그 출신 선수들이 혼재했다. '류현진 시대'엔 임창용 오승환 김광현 양현종 등 KBO 출신들이 빅리그 마운드를 밟았다.

애석하게도 류현진이 LA 다저스에 입단한 2013년 이후 아마추어 유망주 자격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너리그의 눈물젖은 빵을 먹고 메이저리그로 올라선 한국 투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해당하는 케이스는 2010년 이전인 류제국 백차승 세대가 마지막이다. 다시 말해 한국야구 투수 시장에 유망주가 급격히 줄었다는 뜻이고, 태평양을 건넜다 하더라도 투수는 실패하기 일쑤였다.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투수는 LA 다저스 산하 싱글A+ 소속의 최현일이 유일하다. 그러나 최현일은 지난 4월 1경기에 등판한 뒤 팔 부상을 입어 현재 부상자 명단에 등재돼 있다. 그가 복귀해 싱글A+를 통과해 더블A, 트리플A를 거쳐 메이저리그까지 올라가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선수들도 보통 4~5년이 걸리는데 부상까지 입은 최현일은 메이저리그 데뷔 시점을 기약하기 힘들다.

한국인 야수는 해마다 혹은 2~3년에 한 번씩 마이너리그에 진출해 메이저리그 꿈을 꾸고 있다. 올해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산하 트리플A 내야수 배지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산하 루키팀 외야수 조원빈이 땅방울을 흘리고 있다.

류현진의 빅리그 바통을 이을 투수를 KBO리그 자원 중에 꼽아본다면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LG 트윈스 정우영과 고우석, NC 다이노스 구창모, KT 위즈 소형준, KIA 타이거즈 이의리 등을 들 수 있는데, 가장 가까운 투수는 안우진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 메이저리그 극동 담당 스카우트들 사이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투수가 안우진이다. 150㎞대 중후반(95~98마일)의 빠른 공이 관심을 끄는 것이다.

그러나 안우진의 해외 진출은 구단 허락 하에 풀타임 7시즌을 마치는 2026년 말이나 돼야 가능하다. 최소 4년은 기다려야 하는 일이다.

결국 류현진이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도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류현진의 재활이 길어지거나 복귀 후 메이저리그 잔류에 실패한다면 코리안 빅리거 투수를 보기는 더욱 어렵게 된다. 류현진은 토론토와의 4년 계약이 내년 말 끝난다. FA 신분으로 다시 메이저리그를 노크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한국 복귀를 추진할 수 있다.

한때 빅리그를 호령하던 한국 투수들의 전성시대가 당분간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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