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떠 버린 번트 타구에 박석민 자신이 더 황당해 했다. KIA의 추격의지를 꺾으려던 NC 강인권 감독대행의 번트작전이 되려 상대팀 기를 살려주고 말았다.
1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 경기. 돌아온 에이스 구창모의 무실점 역투 속에 NC가 5회 권희동과 손아섭의 적시타로 2점을 먼저 뽑았다.
6회말 선두타자 마티니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치고 나갔다. 다음 타자는 6번 박석민. 방역 수칙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던 박석민은 15일 1군 복귀전에서 7번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은 6번 타자로 출장한 박석민. 강인권 감독대행이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그런데 박석민이 내민 배트가 KIA 선발 이의리의 130km 슬라이더 밑부분을 건드리고 말았다. 홈플레이트 위로 붕 떠버린 번트 파울 타구. KIA 포수 박동원이 힘들이지 않고 잡아버렸다.
누구보다 어이없어 한 사람은 박석민 자신. 타석에 선 그대로 망부석처럼 몸이 굳어버렸다. 허공을 바라보는 시선엔 당혹감이 가득했다. 징계 때문에 1년 가까이 1군 경험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프로 17년차의 베테랑에겐 어울리지 않는 실수. 박석민의 번트가 실패로 끝난 후 이명기의 스트라이크 낫 아웃, 윤형준마저 내야 플라이로 물러나며 2루에 머물던 마티니는 홈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그대로 7회초 좌익수 자리로 나가야 했다.
추가점을 뽑지 못한 NC의 2-0 리드는 불안했다. 7회초 1사에서 KIA가 이창진의 솔로포로 반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박찬호와 김선빈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2사 1, 2루의 찬스. 나성범이 타석에 섰다. 5회말 아쉬운 우익수 수비로 NC에게 2점을 내 준 나성범에겐 절호의 명예회복 찬스.
나성범이 망설이지 않았다. 김영규의 초구를 그대로 받아친 나성범의 타구가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고 경기는 단숨에 2-4로 역전됐다.
희비가 엇갈리는 장면. 주인공 나성범이 위풍당당하게 그라운드를 도는 순간, 조연은 박석민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