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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또 던져야돼" 21세 영건, 감독 만류에도 기어이 7회 마운드 오른 마음 [수원초점]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6-15 12:33 | 최종수정 2022-06-15 13:51


소형준이 투구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6.8/

[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감독님이 그만 던지라고 했는데…"

2-2 동점. 투구수는 90구. 6이닝을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마쳤다. 마운드를 불펜으로 넘기기 적당한 타이밍이다.

KT 위즈 소형준은 그러지 않았다. 1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 7회초 마운드에 기어이 올랐다.

결과적으론 독이 됐다. 선두타자는 잘 잡았지만 추신수에게 2루타, 최지훈에게 기습번트 안타, 최정에게 적시타를 잇따라 허용한 뒤 교체됐다. 다음 투수 주권이 박성한에게도 적시타를 허용, 이날 소형준의 최종 성적은 6⅓이닝 4실점이 됐다.

하지만 그 마음만은 기특하다. 소형준은 배터리를 이루는 선배 장성우와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KT는 시즌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개막 전부터 강백호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외국인 타자 라모스도 뒤를 따랐다. '30억 FA' 박병호가 버닝 모드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자칫 순위표 맨 아랫자리까지 내리꽂힐 수도 있었다. '디펜딩챔피언'으로선 참을 수 없는 굴욕이다.

하지만 데스파이네-고영표-소형준-배제성-엄상백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진을 앞세워 위기를 버텨냈다. 이제 강백호가 돌아왔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 알포드는 이날이 데뷔전이었다.

KT 선발진의 또다른 특징은 고영표를 제외한 세 선수가 20대 초중반의 젊은 투수들이라는 점. 하지만 KT는 2020년 기적 같은 가을야구 진출을 이뤄냈고, 지난해에는 동화 같은 통합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속이 단단해진 선수들로 가득하다. 장성우는 소형준의 속내를 달래기보단 다잡았다.


앤서니 알포드. 사진제공=KT 위즈

"사실 동점 내준 점수도 안타가 아니라 실책에서 시작이었다. 하지만 난 (소)형준이한테 '네가 (김)민식이한테 볼넷을 안줬으면 된다. 8번타자 잡고 갔으면 2점까진 안줬을 거 아니냐' 했다. 야수들 원망해봐야 달라지는게 있나. 실책은 늘 있는 일이다. 반대로 잘 맞은 거 호수비 건져주는 경우도 많고, 또 점수 못내서 지면 투수들한테 야수들도 엄청 미안해한다."

장성우는 "그런데 또 우리 투수들 멘털이 진짜 좋다. 어지간해선 흔들리지 않는다. 형준이도 긴장도 잘 안하고, 자기가 해결하려는 마음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날도 이강철 KT 감독이 "일요일에도 던져야된다"며 7회 등판을 말렸지만, 소형준이 끝끝내 올라갔다는 것.

"그래서 형준이가 진짜 좋은 투수인 거 같다. '난 6이닝 2실점 했으니까'하고 만족하지 않는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거기서 선발이 한 이닝 던져주면 우리 불펜을 아낄 수 있으니까 팀에 도움이 많이 된다. (고)영표도 (배)제성이도, 우리 투수들이 전체적으로 욕심이 많아서 잘던지나 보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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