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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35)의 부상이 장기화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지난 4월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도 팔뚝 염증 때문이었다. 지난달 복귀 후 3번째 등판인 27일 LA 에인절스전에서는 팔꿈치 뻐근함을 호소해 65구 만에 강판했다. 그리고 지난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팔뚝 통증이 재발해 결국 IL에 재등재됐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 후 IL에 오른 것은 13번이다. LA 다저스 시절에는 왼쪽 어깨 수술을 포함해 9번 IL 신세를 졌고, 토론토 이적 후에는 이번이 4번째다. 작년에는 4월 오른쪽 사타구니, 9월 목 뻐근함을 호소하며 각각 10일 공백을 가졌다. 그런데 올시즌 부상은 전반적으로 길어지는 상황이다.
류현진의 부상 이력은 메이저리그 개척자 박찬호의 그것과 묘하게 겹친다. FA 계약 후 자주 아프다는 점에서 그렇다. 박찬호는 2001년 12월 텍사스와 5년 6500만달러에 계약하고 다저스를 떠났다. 당시엔 케빈 브라운과 마이크 햄튼에 이어 투수로는 3번째로 큰 규모의 거액이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계약 5년 동안 풀타임을 소화한 게 2005년 한 번 뿐이었다. 그해 7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됐을 정도로 몸 상태가 양호했다. 텍사스에서는 햄스트링, 손가락, 허리 부상을 입었고, 샌디에이고에서 계약 마지막 시즌을 보내던 2006년에는 복통과 장출혈을 겪었다.
KBO는 선수가 일하는 기간을 활동기간이라고 해서 2~11월로 규정하는데, 메이저리그는 정규시즌 시작부터 끝이 활동기간이다. 노사단체협약에는 정규시즌을 178~183일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박찬호의 FA 계약 5년간 결장 비율을 계산해보니 38.7%였다. 활동기간 911일 중 353일을 IL에서 보냈다. 이 때문에 박찬호의 FA 계약에는 '먹튀'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류현진이 박찬호와 다른 건 다저스 시절부터 부상이 잦았다는 점이다. 특히 2015년 5월 어깨 와순 관절경 수술이 최대 고비였다. 류현진의 FA 계약기간 결장율을 지금 계산할 순 없지만, 지난해 20일에 이어 올해는 이날까지 벌써 29일째다.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에서 이미 1269이닝을 던졌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화이트삭스전에서 1000이닝을 돌파했다. 한미 합계 2272⅓이닝을 소화했다. 마이너리그와 국제대회, 포스트시즌 경기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다. 프로 17년차고, 30대 중반의 나이다. 부상이 없는 게 이상한 일이다.
필자는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다움'이 빛을 발한 건 두 번이라고 생각한다. 다저스 입단 초기인 2013~2014년, 그리고 FA 계약 직전과 직후인 2018년 후반기~2021년 전반기까지다. 이제는 류현진이 풀타임을 소화하며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는 2013년 1월 대전서 열린 환송식에서 10년 후를 묻는 질문에 "한화로 돌아와서 열심히 선수 생활하고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토론토와의 계약은 내년 말까지다. 아주 가까운 미래다. 한화로 돌아올 때 부상은 없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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