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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베스트 피칭 오케이?" 소통왕의 프리토킹. 외국인 투수를 춤추게 했다[인천 리포트]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2-06-02 22:05 | 최종수정 2022-06-03 03:22


KT 이강철 감독이 2일 선발 등판을 앞둔 데스파이네와 얘기를 나눈 뒤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인천=권인하 기자

[인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투데이 베스트 피치 오케이?"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KT 선수들이 한창 훈련 중일 때 이날 KT의 선발 투수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슬쩍 그라운드로 나왔다. 더그아웃 앞에 있는 방망이를 들고 이리 저리 흔들고 있을 때 마침 타격 훈련을 지켜보고 있던 이강철 감독이 데스파이네를 보고 다가왔다.

둘은 한참을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통역이 없었다. 데스파이네의 입술이 움직였고, 이 감독 역시 마찬가지인 걸로 봐서는 서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데스파이네와 이 감독이 주먹을 맞대며 얘기는 마무리됐다.

이 감독과 데스파이네는 어떤 말을 나눴을까. 이 감독은 "별 말 안했다. 오늘 잘 던져라고 했다"라며 웃었다. 어떻게 말했냐고 묻자 "투데이 베스트 피치 오케이?라고 했다"라며 웃었다. 데스파이네에게 알아들었냐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 감독은 또 "아프다고 들었는데 괜찮냐고 물었고, 괜찮냐고 하길래 아프면 말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데스파이네는 최근 허리쪽이 조금 좋지 않은 상태라고.

이 감독은 선수 은퇴 후 미네소타 트윈스로 코치 연수를 간 적이 있다. 당시 통역도 없이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고, 그러면서 다져진 생활 영어가 있다. 이후 투수코치, 수석 코치를 하면서 외국인 선수와 격없는 대화를 해왔다. '소통의 왕'은 베테랑, 신인을 가리지 않고, 국내, 외국인 선수를 가리지 않았다. 데스파이네는 지난 4월 21일 LG 트윈스전서 2승째를 거둔 이후 승리 없이 3패만 당하고 있었다. 부진하기도 했고, 잘던지고도 승운이 없기도 했다. 전날 아쉽게 패했던 터라 부담이 있을 외국인 선수에게 가벼운 프리 토킹으로 편하게 던질 수 있게 했다.

데스파이네는 이 감독과 약속한 최고의 피칭을 하진 못했지만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1회말 2사후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조용호의 데뷔 첫 홈런으로 만든 1-0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1회에 던진 투구수만 41개. 5회까지 던질 수 있을까 했지만 데스파이네는 이후 투구수를 최소화하며 5회까지 총 95개의 공을 뿌리며 추가 실점 없이 막아냈다. 5이닝 1안타 3볼넷 6탈삼진 1실점.

마침 KT가 6회초 박병호의 3타점 결승 싹쓸이 2루타에 배정대의 데뷔 첫 만루포가 터지는 등 타선 폭발로 14대1의 대승이 찾아왔고 데스파이네에게 시즌 3승째가 주어졌다. 최근 3연패를 끊어내는 귀중한 승리였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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