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1번타자는 조세진입니다."
KBO 최고의 투수, '전직 메이저리거' 김광현(SSG 랜더스)을 상대로 내세운 뜻밖의 카드.
롯데 자이언츠는 26일 SSG 랜더스전 선발 라인업에 두 명의 19세 신인을 출격시켰다. 1번타자 좌익수 조세진, 그리고 9번타자 유격수 한태양이다.
1회에는 한태양이 번뜩이는 재능을 과시했다. SSG 리드오프 추신수를 상대로 롯데는 3루수까지 1~2루간으로 보내는 시프트를 펼쳤다. 선발 나균안의 오른편 뒤쪽에 서 있는 선수는 한태양 뿐이었다. 추신수는 이 점을 노렸다. 2구째에 3루쪽 기습 번트를 댄 것.
그런데 한태양의 대처가 상상 외였다. 방금 전 유격수 위치에 서 있던 한태양이 신속하게 달려들어왔고, 공을 잡은뒤 그대로 몸을 던지며 1루에 뿌렸다. 결과는 아웃. 그간 롯데의 내야 불안을 싹 씻어주는 순간이었다. 김선우 해설위원도 "대시도 빨랐고 러닝스로우까지 좋았다"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타석에서는 많은 기회를 받진 못했다. 첫 타석에선 투수 땅볼. 하지만 두번째 타석에선 무사 1,2루에서 안정된 희생번트에 이은 전력 질주로 김광현의 실책까지 이끌어내는 야구 센스를 과시했다.
더욱 빛난 건 조세진이었다. 조세진은 3회초 1사 후 우중간 2루타를 때려내며 타격 재능을 과시했다. 비록 점수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물흐르듯 경쾌한 타격이었다.
5회초에는 2타점 적시타까지 터뜨렸다. 안중열 배성근 한태양이 쌓아올린 무사 만루의 기회를 3유간을 가르는 적시타로 이어갔다.
|
안치홍은 깔끔한 번트로 1사 2,3루를 만들었지만, 이대호와 김민수가 범타로 물러나며 롯데는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조세진은 2루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했다.
마지막 타석에선 희생번트를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2안타를 치며 좋은 감각을 보이긴 했지만, 안치홍 이대호가 뒤에 버티고 있는 이상 해볼만한 시도였다.
다소 투수 쪽에 쏠리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볼넷으로 출루한 1루 주자 황성빈이 연이은 견제로 위축된 상황이었고, 스타트가 늦어 아쉽게 2루에서 아웃됐다.
서튼 감독은 '4번타자 이대호'를 즐겨쓰지 않았다. 1~4번, 5~9번을 각각 하나의 라인업으로 보고, 4번타자가 새로운 리드오프 또는 공격의 연결점 역할을 해줘야한다는 것. 또한 한쪽에 잘하는 선수들이 몰리기보단 1~9번 전체에 어우러지는 것을 선호한다. 때문에 서튼 감독 부임 이후 이대호는 주로 5, 6번에 많이 기용됐다. 안치홍이나 정 훈이 테이블세터에 기용된 것은 전형적인 1번타자가 없는 현실에서 출루율 높은 선수를 활용하고자 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정 훈 전준우 한동희가 한꺼번에 빠진 만큼 라인업을 짜기가 수월치 않다. 그 와중에 조세진을 1번, 한태양을 9번에 배치해 패기 넘치는 신인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게 대성공을 거둔 것.
경기전 서튼 감독은 "우리 팀은 도전에 직면해있다. 어린 선수들에겐 기회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스텝업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격려와 더불어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세진은 시즌전 신인왕 후보로까지 거론됐지만, 타율 1할6푼4리의 부진을 보인 끝에 지난 9일 말소됐다가 지난 21일 다시 등록됐다. 한층 프로의 물이 들며 매서워진 눈빛 만큼이나 타격감도 올라온 모습이다. 천하의 김광현을 상대로 2안타 2타점. 그 재능은 충분히 입증됐다. 이제 '꾸준함'이 필요할 뿐이다.
인천=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당신은 모르는 그 사람이 숨기고 있는 비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