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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5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KIA 간 시즌 5차전.
타석에는 최근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는 소크라테스. 이날 경기 전까지 그는 7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가고 있었다. 최근 7경기에서 30타수13안타(0.433). 13안타 중 홈런 2방 포함, 장타도 5개나 있었다. 게다가 직전 타석에서 원탱인을 상대로 깨끗한 좌전안타도 뽑아낸 바 있다.
반면, 그 다음 타자 최형우는 달랐다. 리그 최고의 살아있는 현역 레전드지만 최근 슬럼프가 깊었다.
전날인 24일 승부처도 흡사한 상황이었다. 3-3 동점을 허용한 8회초 2사 3루. 우규민은 이날 2안타를 날린 소크라테스와 승부를 걸었다.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타구가 빠르게 날아가며 유격수 포구실책이 나오고 말았다. 3대4 역전패의 결승점을 내주는 순간이었다. 우규민은 다음 타자 최영우를 파울 플라이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25일 경기에 앞서 삼성 허삼영 감독은 승부처였던 이 순간을 복기하며 "최근 페이스는 최형우 선수하고 승부하는 게 맞았지만 우규민 선수와 소크라테스가 첫 대면이고 충분히 낮은 쪽에 변화구를 던져서 범타를 유도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타구 속도가 너무 빨랐다"며 "어제 저희 투수들이 소크라테스를 상대가 낮은 공을 많이 던졌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정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은 지금 아주 좋은 페이스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소크라테스의 뜨거운 타격감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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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벤치는 전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원태인이 볼 2개를 던지자 자동 고의4구를 지시했다. 통산 3할1푼4리의 타율과 342홈런, 1407타점의 대타자 최형우에게는 무척 생소한 '그림'이었다. 대기 타석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최형우는 딱 하나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 체인지업 볼. 2구째 체인지업을 노렸지만 패스트볼 스트라이크가 들어왔다. 이후 2구 연속 체인지업 승부로 볼 카운트 2B2S.
슬럼프 기간 동안 스윙이 늦었기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빠른 공에 포커스를 맞혔다. 때마침 원태인의 142㎞ 패스트볼이 한가운데로 몰렸다. 아무리 슬럼프라도 산전수전 다 겪은 최형우가 놓칠 리 없는 공이었다. 빨랫줄 같은 우익수 앞 클린히트. 1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5경기 무려 20타석 만에 터진 안타였다. 이창진의 2타점 적시타가 이어지면서 4-1이 됐고, 원태인이 물러났다.
5회만 5안타 5득점의 빅이닝. 11대5 대승의 사실상 승부처였다.
자존심이 상한 최형우의 선택과 집중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삼성 벤치의 선택은 확률적인 측면에서 최선이었다.
다만, 이틀 연속 결과가 묘하게 꼬였다. 확률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야구다. 그래서 공은 둥글고, 야구 모른다는 말이 나온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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