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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 찐팬' 父 울리고 프로 첫승 얻은 아들 "양현종 선배처럼 될래요"[광주 인터뷰]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2-05-22 14:11 | 최종수정 2022-05-23 05:28


◇NC 김진호.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 21일 광주 챔피언스필드.

NC 다이노스 투수 김진호(24)는 이날 팀이 5-0으로 앞선 5회말 1사 1, 2루에서 선발 김시훈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아웃카운트 두 개만 추가하면 프로 데뷔 후 첫 승의 감격을 누릴 수 있었던 상황. 상대는 KIA가 자랑하는 '150억 타자' 나성범(33)과 해결사 최형우(39)였다. 김진호는 두 선수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6회말 선두 타자 황대인에게 좌월 솔로포를 내줬으나, 이후 아웃카운트 3개를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NC가 KIA를 7대4로 제압하면서 김진호는 2017년 NC 입단 후 5년여 만에 첫승의 감격을 누렸다. 경기장을 찾은 부모님이 감격의 순간을 함께 했다.

경기도 의왕에서 야구를 시작해 광주동성고를 졸업하고 프로 데뷔한 김진호는 "사실 아버지가 KIA 팬이시다. NC 경기가 없을 땐 TV채널을 KIA 경기로 돌리신다"며 "팀 연패를 끊는 데 (내 투구가) 보탬이 돼 기쁘다. 사실 내 승리보다 시훈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오히려 내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더라. 부모님 앞에서 첫승을 한 것도 기쁘다"고 말했다. 황대인에게 내준 솔로포를 두고는 "첫승과 바꿨다고 본다"고 웃었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NC에 입단한 김진호는 경찰야구단에서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치고 2020년 첫 1군 콜업됐다. 수준 높은 체인지업으로 매년 기대를 모았지만, 불안한 제구 문제로 좀처럼 1군에 정착하진 못했다. 올해도 개막엔트리에 포함되진 못했으나, 지난 7일 1군에 합류한 뒤 멀티 이닝을 소화 능력을 선보이면서 주목 받고 있다. NC 강인권 감독 대행은 "김진호가 김영규(22)와 함께 불펜에서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진호는 "앞선 두 시즌 제구에 신경 쓰다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며 "퓨처스(2군)팀 코치님으로부터 '투수는 공격수다. 공격적으로 던져야 한다. 생각없이 던져라'는 조언을 받은 뒤 편안 마음을 갖고 투구하려 한다. 아직 제구가 만족스럽진 않지만, 더 노력할 것"이라고 활약 비결을 밝혔다.

롤모델은 고교 선배인 양현종(34·KIA)이다. 김진호는 "KIA의 에이스이자 KBO리그가 인정하는 에이스"라며 "고교 선수 때 양현종 선배가 찾아와 좋은 말 뿐만 아니라 기부까지 하며 후배들에 도움을 주는 모습을 봤다. 나도 좋은 선수가 돼 그런 길을 걷고 싶다"고 했다. 양현종과 같은 자신의 등번호 54번을 두고도 "신인 때 우연찮게 배정 받았다. 군 제대 후엔 임자가 있어 다른 번호를 달았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 내가 요청했다. 번호는 절대 안 바꿀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김진호는 "올해 1군에서 기회를 주셨지만, 내년엔 1군 구성 때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 어떤 보직이든 내 것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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