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유통업의 라이벌은 야구장이 될 것이다."
백화점, 마트, 인터넷 쇼핑몰 등 유통업이 주를 이루는 신세계 그룹이 야구단을 인수한다고 하니, 야구와 무슨 연관이겠냐는 시선이 많았다. 유통과 야구를 접목시키겠다는 그럴싸한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그저 야구를 좋아하는 정 부회장의 개인적인 열정으로 해석됐다.
새 팀의 이름 SSG 랜더스. 지난 시즌 연착륙을 했고, 올해 두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아픔을 이번 시즌 선두 질주로 반등시켰다.
먼저 야구장에 스타벅스 커피, 노브랜드 버거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들을 입점시켰다. 그냥 입점만 하면 의미가 없다. 야구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페셜 메뉴'들이 준비돼있다. 그래야 젊은 팬들은 새로운 상품을 직접 경험하는 것에 더해, SNS에 올리는 재미를 느낀다. 또 이마트, SSG닷컴 등이 랜더스 구단과 함께 적극적인 협업 이벤트를 펼쳤다. 지난해 주포 최 정이 개인통산 400홈런을 치자, 이마트에서 '역대급' 기념 이벤트를 진행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선수들의 노력도 대단하다. 에이스 김광현은 개인 승리마다 사비를 털어 팬들에게 깜짝 선물을 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테스트한 와인, 자신의 시그니처 로고가 들어간 우산과 텀블러 등 선물도 참신하다. 선수들은 경기 시작 30분 전 사인을 위해 스스로 관중석쪽으로 향한다.
'MZ 세대'와의 소통에 능한 정 부회장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추신수, 김광현 등 스타플레이어 영입에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홈구장 라커룸을 최신 시설로 바꾸는 데 수십억원을 썼다. 팬들의 볼거리를 위해서다.
상대 하기 어려운 '재벌 총수'가 아닌 젊고 세련된 '동네형' 느낌의 구단주가 직접 야구장을 찾고, SNS를 통해 소통하며, 상대 구단을 도발하고 등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니 젊은 층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오너의 이미지가 곧 그룹의 이미지. 젊은 세대들이 격없이 찾을 수 있는 새 브랜드가 된 것이다.
SSG가 인수한 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는 젊은 관객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20~30대 팬들이 주로 이용하는 구단 어플리케이션이나 SNS 회원수가 폭증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 집계를 하면, 20~30대 층이 가장 많은 팀이 SSG다.
최근 신세계백화점 뿐 아니라 이마트, 스타필드 등 신세계 그룹이 소유한 오프라인 매장에도 젊은 고객들의 방문이 대폭 늘었다는 게 그룹 자체 분석이다. 신세계 그룹 관계자는 "유의미한 젊은 층 유입은 그룹의 미래전망을 밝게한다. 자발적으로 신세계 브랜드를 즐기는 충성도 높은 젊은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랜더스의 힘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야구인프라는 어느 정도 확보했다. 향후 인천 청라에 복합 쇼핑 시설과 호텔 등이 들어선 돔구장 건립까지 계획하고 있다. 숙제는 야구장에 더 알찬 콘텐츠를 채우는 일이다. 신세계 그룹은 지난해 정 부회장의 얼굴을 본따 만든 고릴라 캐릭터인 '제이릴라'를 론칭했다. 지난해 이마트가 상표권을 출원했고, 신세계 푸드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인천구장에도 제이릴라 캐릭터가 출동했다. 화성에서 지구에 온 고릴라라는 설정이었다. 제이릴라는 정 부회장과 함께 인천구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콘셉트는 우주선을 형상화한 SSG 랜더스와도 결이 맞다. 다만 시도는 참신했지만 디테일이 부족했다는 평이 많았다. 세대별 맞춤형 이벤트와 시간대별 이벤트 등 정 부회장이 자신있게 보여줄 콘텐츠 개발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신세계 그룹과 SSG 랜더스의 이같은 실험은 이미 타구단으로도 번질 조짐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당신은 모르는 그 사람이 숨기고 있는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