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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개막 후 한 달, '투고타저' 흐름은 뚜렷해 보인다.
팀당 33~34경기를 소화한 11일 현재 리그 평균자책점은 3.62, 평균 타율은 2할4푼7리다.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평균자책점(4.61)은 1점 가까이 하락했고, 타율(2할6푼4리)도 소폭 떨어졌다. 전체 홈런 숫자도 지난해 같은 시기(286개)보다 31.4% 줄어든 196개, 볼넷도 총 1556개에서 1093개로줄었다. 리그 평균 출루율(0.356→0.320)과 장타율(0.390→0.354) 역시 떨어졌다.
투수들은 다양한 래퍼토리를 갖고 타자들을 상대한다. 각자 자신이 자신 있는 구종과 결정구를 염두에 둔 채, 여러 구종을 섞어가면서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낸다.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된 올 시즌 투수들에게 유리해진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이런 래퍼토리를 보다 정교하게 가져가는 것도 타자들의 노림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KT 이강철 감독은 "올 시즌엔 각도 있게 빨리 떨어지는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들이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광주 KIA전에서 8이닝 10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펼친 배제성을 두고 "그동안 직구와 슬라이더는 좋은 투수였다. 우타자들이 치기 쉽지 않은 공이었는데, 각도가 잘 꺾이지 않아 배트에 맞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앞선 두 경기에서도 슬라이더가 밋밋하게 들어가다 맞았다"며 "최근엔 슬라이더가 횡이 아닌 종으로 떨어지는 게 많더라. (10일 KIA전에서도) 종으로 엄청 힘 있게 떨어지더라. 슬라이더를 잘 치는 타자들의 방망이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슬라이더의) 각도가 좋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 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세웅(27·롯데 자이언츠)도 예로 들면서 "타자 눈 앞에서 떨어지는 공이 빨라졌고, 그걸 잘 쓰더라"며 "전체적으로 볼 때 빠르고 각도가 큰 슬라이더, 커브를 잘 던지는 투수들이 올 시즌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투고타저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진 미지수다. 2019년 공인구 반발력 조정이 이뤄지면서 침체됐던 타자들의 방망이는 이듬해 히팅 포인트 조정 등으로 극복된 바 있다. 개막 후 한 달이 흐른 만큼,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에 적응된 타자들의 방망이가 곧 깨어날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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