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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3루 더그아웃은 여전히 생소하다. 상대팀의 유니폼을 입고 롯데 팬들을 만나긴 처음이다.
하지만 시범경기는 무관중이었고, 정규시즌은 4월초였다. 야구 열기가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고, 부산팬들의 육성응원을 마주한 상황은 아니었다. 감회가 남다를 수 있다.
손아섭은 "타석에 들어가면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할 것 같다. 더그아웃에서 대기 타석으로, 또 타석으로 걸어가는 순간순간 새로운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울컥할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지금은 괜찮다. 평정심을 잘 유지해서 좋은 경기 하겠다"고 말했다.
타격 페이스는 나쁘지 않다. 개막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었지만, 4월 월간 타율을 기어코 2할9푼까지 끌어올렸다. 5월에도 2할7푼6리(29타수 8안타)을 기록중이다. 어느덧 시즌 OPS(출루율+장타율)도 0.7을 넘겼다. 손아섭은 리모델링된 사직구장에 대해 "타격 연습 때 펜스만 3번 때렸다. (홈런치기가)쉽지 않겠다"면서도 "정말 정확하게 맞으면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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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은 롯데 시절 팀내 '핵인싸'였다. 위로는 이대호부터 아래로는 최준용 나승엽 등 어린 선수들까지 가깝게 지냈다. 최준용과 나승엽은 손아섭의 NC 이적이 결정되자 개인 훈련지던 제주도까지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지난달 창원에서의 맞대결 당시 손아섭은 안타를 치지 못했다. 최준용을 비롯한 롯데 영건들은 "(손)아섭이 형한테만큼은 안타를 맞지 않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손아섭이 벼르고 있다. 그는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이 생각난다. 지금 상황과 잘 어울린다"며 씩 웃었다. 타이슨은 과거 '누구에게나 계획이 있다. 입에 한대 맞기 전까진(Everyone has a plan 'til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라고 말한 바 있다.
"내가 롯데 있을 때도 투수들 공이 좋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우리 팬들도 립서비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올시즌에 증명되고 있지 않나. 후배들이 날 피하지 않는다면, 남자답게 붙어보겠다. 재미있는 승부, 멋진 승부를 보여주고 싶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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