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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외국인 선발투수가 0이닝 6실점으로 무너진 어린이날 대참사. 하지만 의미는 있었다. 4년차 기대주 서준원(22)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프로 데뷔 이후로도 많은 기회를 받았다. 지난 3년간 선발 등판 경기만 무려 44경기에 달한다. 아직까진 기대에 답하지 못했다.
올해 주어진 역할은 롱맨 겸 대체선발. 서준원은 '어린이날 대참사'가 벌어진 5일, 모처럼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선발 글렌 스파크먼이 아웃카운트 한개도 잡지 못한채 내려갔지만, 짧은 준비 끝에 올라온 서준원이 5이닝을 버텨내며 불펜 소모를 최대한 줄인 것.
올시즌 서준원은 과거보다 팔 각도를 낮췄다. 직구 구속은 140㎞ 안팎으로 떨어졌다. 대신 공끝의 변화가 무쌍하다.
서튼 감독은 "서준원에게 최적화된 팔각도를 찾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한 결과다. 2군 코치님들 지도 하에 많은 훈련을 거쳤다. 구속 대신 무브먼트를 극대화했다. 그 성과는 데이터로도 확인된다"면서 "체중도 많이 줄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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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스파크맨의 교체 혹은 2군행 가능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100% 자기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나균안과 서준원이 롱맨 자리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향후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
이날 사직구장은 2만 3000여 관중석이 가득 찼다. 올시즌 처음, 2019년 5월 25일 이후 1077일만의 매진이다. 서튼 감독은 "아내와 두 딸에게 여러가지 영상을 보여준다. 6월말에 가족들이 한국에 오는데, 우리 팬들이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런 모습을 체험하게 될 거야'라고 알려줬다"면서 "시차상 딸들이 학교에 있을 때 우리 경기가 열린다. 학교에서 휴대폰을 하면 안되는데, 자꾸 아이들이 우리팀 야구를 본다"며 아버지다운 난감한 속내도 고백했다.
서준원은 일찌감치 안정된 가정을 꾸렸고, 올시즌 전에는 아들도 얻었다. 이제 이른바 '분유 버프'를 발휘할 시즌이다. 아직 22세 어린 나이. 재능만큼은 누구나 인정한다. 차분하게 꽃피길 기다릴 때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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