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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선발투수가 아웃카운트 하나 없이 폭풍 5실점한 뒤 물러났다. 여전히 주자는 무사 만루.
일찌감치 결혼을 하고 아들도 얻었다. 하지만 올시즌 스타트 역시 상쾌하지 못했다. 개막 엔트리에서 빠졌고, 팀의 미래에서 1군을 오가는 롱맨 겸 대체선발 후보 중 한 명으로 입지가 바뀐 상황. 뒤늦게 1군에 올라왔지만, 지난달 26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⅔이닝 동안 3안타 2볼넷 3실점하며 팬들에게 또한번 실망을 안겼다.
지난 4일 오랜만에 등판 기회를 얻었다. 5점차로 앞선 9회, 2사 1,2루에서 최 건이 갑작스런 발바닥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했다. 서준원은 황급히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어린이날인 5일에는 더 큰 시련이 그를 기다렸다. 선발 글렌 스파크맨이 1회말 아웃 없이 6실점 하며 무너진 것. 래리 서튼 감독은 이틀전 2이닝을 던진 나균안보단 상대적으로 휴식이 길었던 서준원을 택했다.
사령탑의 선택은 옳았다. 서준원은 심우준을 상대로 내야땅볼 더블아웃을 잡아내며 급한 불을 껐다. 이어진 조용호의 적시타에 1점을 추가로 내줬지만, 더 많은 실점 없이 틀어막았다. 서준원만 보면 무사만루를 1점으로 막았으니 대선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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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대비 멘털이 약하다는 평가를 벗을 기회였다. 아웃카운트 하나 없이 내려간 선발투수를 대신해 5회까지 무려 66구를 던지며 무실점으로 버텼다. 만약 롯데가 추격전을 펼쳤다면, 그 수훈갑은 서준원이었다.
이날 현장은 객석 2만석이 매진됐다. 수원KT위즈파크는 양팀을 응원하는 야구팬들로 시종일관 뜨거웠다.
자칫 서준원이 2~3점 더 허용했다면 몇몇 팬들은 일찍 일어나 귀갓길을 서둘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준원이 응원에 힘을 받은 듯 호투를 펼쳤고, 한때 롯데가 2점을 따라붙으면서 추격 분위기를 만들었다.
롯데 선발진에 결원이 생긴다면, 서준원은 나균안과 더불어 그 자리를 다툴 1순위 투수다. 지금까진 나균안의 무게감이 압도적이지만, 이날을 터닝포인트로 서준원이 선수단의 무게중심을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22세는 팬들이 아직 기다려주기에 충분한 나이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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