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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전 애런의 715호 홈런, 베이커가 대기타석에서 지켜봤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2-05-04 17:06 | 최종수정 2022-05-04 17:09


휴스턴 애스트로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4일(한국시각) 시애틀 매리너스를 4대0으로 꺾고 통산 2000승을 달성한 뒤 짐 크레인 구단주의 축하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지금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2000승 감독은 모두 백인이었다. 3731승으로 역대 1위인 코니 맥 감독부터 가장 최근 2000승을 돌파한 브루스 보치 감독까지 11명이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4일(이하 한국시각) 시애틀 매리너스를 4대0으로 꺾고 역대 12번째이자 흑인으로는 최초로 빅리그 사령탑 통산 2000승 고지를 밟았다. 1993년 4월 7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지휘봉을 잡고 치른 데뷔전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2대1로 누르고 1승을 거둔 이후 29년 만에 대기록을 수립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휴스턴의 홈구장 미닛메이드파크에는 베이커 감독의 아내 멜리사 베이커와 지인 10여명이 현장을 찾아 기쁨을 함께 했다. 경기 후 베이커 감독은 "(2000승은)매우 특별하다. 문화적으로 의미가 크다. 사회적으로도 그렇다. 흑인들에게도 그렇고, 훗날 누군가 또 달성할 기회가 있을 것이란 희망 측면에서도 특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베이커 감독은 지난해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뒤 휴스턴과 1년 계약을 했다. 당시 그는 "마치지 못한 일이 있다. 거의 다다랐다. 우리는 매년 좋아지고 있다. 이런 전력을 만들어 준 구단에 감사하다. 이 팀의 리더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었다.

베이커 감독은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적이 없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2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2002년 샌프란시스코 감독 시절 95승66패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뒤 디비전시리즈에서 애틀랜타, 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를 각각 물리치며 월드시리즈에 올랐지만, 애너하임 에인절스에 3승4패로 패했다.

12명의 2000승 감독 중 월드시리즈 타이틀이 없는 사령탑은 베이커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3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보치 감독과 달리 베이커 감독은 명예의 전당을 예약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정규시즌서 이룬 업적은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ESPN은 '올해 73세인 베이커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컵스, 신시내티 레즈, 워싱턴 내셔널스, 휴스턴 등 5팀을 맡아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그런 일을 해낸 감독은 없었다'며 '또한 양리그 우승을 모두 차지한 사령탑 9명 중 한 명이고, 포스트시즌 통산 40승은 역대 공동 8위'라고 소개했다.

또 선수 시절 베이커 감독은 스타플레이어였다. 1968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통산 203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8, 1981안타, 242홈런, 1013타점을 올렸고, 1981년엔 다저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도 차지했다.

베이커의 선수 시절에 관한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 하나가 있다. 1974년 4월 9일 다저스전에서 행크 애런이 통산 715호 홈런을 터뜨릴 때 대기 타석에서 이를 지켜본 선수가 바로 베이커라는 사실이다. 1967년 애틀랜타 마이너리그 시절 동료였던 오랜 지인 시토 개스턴 전 토론토 블루제이스 감독은 "베이커가 애런 뒤에서 타격을 했다. 생각해보라. 애런을 보호하는 게 그의 일이었다"고 했다. 당시 애런이 4번타자, 베이커거 5번타자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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