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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순간의 판단. 본능이 지배한다.
5-6으로 뒤진 9회말 2사 후, 구자욱이 김태훈의 공을 가볍게 밀어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희망을 살려낸 순간.
홈팬들의 뜨거운 염원 속에 강한울이 키움 클로저 김태훈의 공을 강타해 우중간을 갈랐다.
하지만 푸이그→김혜성→이지영으로 이어진 키움의 중계가 간발의 차로 앞섰다. 이지영이 포구 후 홈플레이트를 향해 미트와 함께 몸을 날렸다. 홈플레이트를 터치하기 위해 내민 구자욱의 손이 미트에 밀리며 홈 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태그 아웃.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번복은 없었다. 끝내기 주루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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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난조로 개막전을 거르고 지난 9일부터 시작한 시즌. 두번째 경기였던 이날 구자욱은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평소 주력보다 미세하게 떨어져 보였다.
그 이야기를 듣자 구자욱은 "아 그렇게 보였나요? 저는 빠르게 최선을 다해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겠죠. 어쩌면 제가 쉬다 나와서 뛰는 것에 대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폭풍 질주로 홈에 도착하기 직전,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삼성 출신 옛 동료이자 선배 포수 이지영이 우익수 쪽에서 중계된 공을 잡고 구자욱 쪽으로 돌아서려는 찰라였다.
"슬라이딩 하기 전에 이지영 선배가 먼저 잡았다고 생각했어요. 제 쪽으로 (포수가) 먼저 슬라이딩을 했기 때문에 바로 차고 들어가기가 찰라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죠. 크로스 타이밍에서 최대한 홈플레이트 끝으로 들어가 태그를 피해야 한다는 본능적 느낌에 정면으로 파고들지 못했던 것 같아요."
만약 구자욱이 과격하게 몸으로 밀고 들어갔다면 태그를 위해 내민 포수의 손과 거세게 충돌하면서 결과는 바뀔 수도 있었다. 짧은 순간 구자욱의 머리 속에는 태그를 피해야 한다는 판단과 함께 포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동업자 정신이 교차했다.
일주일 간의 공백으로 100% 컨디션이 아니었던 점, 비록 타 팀이지만 동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겹쳤다.
삼성 입장에서는 살짝 아쉬웠던 끝내기 태그아웃. 하지만 완전치 않은 몸으로도 사력을 다해 질주한 구자욱의 투혼과 배려는 높이 평가할 일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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