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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K 중 최고의 탈삼진" '손아섭 시리즈' 삭제한 구종 하나, 만약 선택이 달랐더라면…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04-06 09:55 | 최종수정 2022-04-06 11:48


5일 창원NC파크에서 KBO리그 NC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선발 김진욱이 NC 손아섭을 상대로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4.05/

[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이적 후 첫 만나는 친정 팀.

둘 중 하나다. 각성 효과로 펄펄 날든가, 과잉 의욕에 제풀에 고꾸라지든가…

관심을 모았던 NC 손아섭의 이적 후 첫 롯데전. 1차전은 잠잠했다. 4타수무안타로 '조용히' 지나갔다.

손아섭은 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전에 이적 후 처음으로 1번 톱타자에 배치됐다.

NC 이동욱 감독은 "타격코치와 선수들과 연습 때 이야기를 나눴다. 돌파구가 마련돼야 할 것 같다"며 "타선도 변화를 줬다. 오늘이 그날이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 감독은 "선발 김진욱을 상대로 타선 앞쪽에서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며 테이블세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친정 팀 후배 김진욱을 흔드는 역할을 리그 최고를 다투는 베테랑 타자에게 맡긴 것.

개막 2경기 5안타 1득점으로 침체된 타선에 불을 붙여 처음 만나는 '친정' 롯데의 기선을 제압하는 두가지 임무.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2022 KBO리그 경기가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8회말 2사 3루 NC 손아섭이 외야플라이로 물러나며 아쉬워하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4.03/
하지만 결과는 살짝 아쉬웠다.

1회 첫 타석에서 김진욱의 빠른 공에 밀렸다. 3루수 파울플라이. 3회 2사 후 두번째 타석에서는 커브를 정타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유격수 그물 수비에 걸렸다. 손아섭이 돌파구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서 롯데는 4회 선두 박준영의 솔로포가 터질 때까지 김진욱에게 노히트노런으로 꽁꽁 눌렸다.


결정적인 순간은 1-2로 뒤지던 5회말이었다. 2사 후 박대온의 2루타에 이어 도태훈이 커브 유인구 2개를 잘 골라 볼넷으로 출루했다. 2사 1,2루. 2B2S에서 손아섭의 배트가 전광석화 처럼 돌았다. 빠른 공을 예상하고 마음 먹고 돌렸다. 하지만 공은 타자 앞에서 예리하게 꺾였다. 131㎞ 슬라이더. 타깃을 정하고 미리 출발한 배트가 크게 허공을 갈랐다. 직전 타석에서 변화구를 제대로 맞혀 패스트볼 승부를 예상했지만 김진욱의 선택은 허를 찌른 슬라이더 승부에 당했다. 그는 경기 후 "직구를 던질 수도 있었는데 슬라이더를 택했다. 오늘 삼진 공 중 유일한 슬라이더 승부였다"고 말했다. 만약 패스트볼을 던졌다면? 손아섭의 작심한 풀 스윙에 딱 걸려 경기 판도가 달라졌을 공산이 크다. 순간의 선택이 바꿔놓은 결과. 그것이 야구다.


5일 창원NC파크에서 KBO리그 NC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7회 NC 서호철을 내야땅볼로 아웃시킨 롯데 김진욱 투수가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4.05/
승부수가 통한 탓일까. 지난해까지 모시던 대선배를 3타석 연속 범타로 묶는 순간, 김진욱은 전광판 쪽으로 몸을 돌려 격하게 환호했다. 14년 차 옛 동료 선후배의 엇갈린 희비. 야구의 비정함이 묻어나는 순간이었다.

10탈삼진으로 개인 최다 신기록을 세운 김진욱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의 탈삼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며 "위기상황이었고 워낙 잘 치는 선배님이라 슬라이더로 승부를 봤다"고 짜릿했던 순간을 회고했다.

손아섭의 침묵과 함께 타선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NC는 단 2안타 빈공 속에 1대5으로 패하며 개막 3연패에 빠졌다.

기대를 모았던 '손아섭 시리즈'. 첫 경기에서는 없었다. 실망은 이르다. 아직 두 경기가 남았다. 이제는 설욕전을 도모해야 할 판이다.

또 한번 롯데 투수와 전 동료 손아섭 간 치열한 두뇌싸움이 펼쳐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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