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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이적 후 첫 만나는 친정 팀.
손아섭은 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전에 이적 후 처음으로 1번 톱타자에 배치됐다.
NC 이동욱 감독은 "타격코치와 선수들과 연습 때 이야기를 나눴다. 돌파구가 마련돼야 할 것 같다"며 "타선도 변화를 줬다. 오늘이 그날이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 감독은 "선발 김진욱을 상대로 타선 앞쪽에서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며 테이블세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친정 팀 후배 김진욱을 흔드는 역할을 리그 최고를 다투는 베테랑 타자에게 맡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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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첫 타석에서 김진욱의 빠른 공에 밀렸다. 3루수 파울플라이. 3회 2사 후 두번째 타석에서는 커브를 정타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유격수 그물 수비에 걸렸다. 손아섭이 돌파구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서 롯데는 4회 선두 박준영의 솔로포가 터질 때까지 김진욱에게 노히트노런으로 꽁꽁 눌렸다.
결정적인 순간은 1-2로 뒤지던 5회말이었다. 2사 후 박대온의 2루타에 이어 도태훈이 커브 유인구 2개를 잘 골라 볼넷으로 출루했다. 2사 1,2루. 2B2S에서 손아섭의 배트가 전광석화 처럼 돌았다. 빠른 공을 예상하고 마음 먹고 돌렸다. 하지만 공은 타자 앞에서 예리하게 꺾였다. 131㎞ 슬라이더. 타깃을 정하고 미리 출발한 배트가 크게 허공을 갈랐다. 직전 타석에서 변화구를 제대로 맞혀 패스트볼 승부를 예상했지만 김진욱의 선택은 허를 찌른 슬라이더 승부에 당했다. 그는 경기 후 "직구를 던질 수도 있었는데 슬라이더를 택했다. 오늘 삼진 공 중 유일한 슬라이더 승부였다"고 말했다. 만약 패스트볼을 던졌다면? 손아섭의 작심한 풀 스윙에 딱 걸려 경기 판도가 달라졌을 공산이 크다. 순간의 선택이 바꿔놓은 결과. 그것이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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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탈삼진으로 개인 최다 신기록을 세운 김진욱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의 탈삼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며 "위기상황이었고 워낙 잘 치는 선배님이라 슬라이더로 승부를 봤다"고 짜릿했던 순간을 회고했다.
손아섭의 침묵과 함께 타선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NC는 단 2안타 빈공 속에 1대5으로 패하며 개막 3연패에 빠졌다.
기대를 모았던 '손아섭 시리즈'. 첫 경기에서는 없었다. 실망은 이르다. 아직 두 경기가 남았다. 이제는 설욕전을 도모해야 할 판이다.
또 한번 롯데 투수와 전 동료 손아섭 간 치열한 두뇌싸움이 펼쳐진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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