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인터뷰]'막내 아닌 4년차' 정은원에게 리빌딩이란? "경쟁심 자극, 강팀이 되는 길"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11-12 12:26 | 최종수정 2020-11-12 12:32


한화 정은원. 김영록 기자

[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내 자리인 2루에서 뛰는 동료들을 보며 경쟁심과 질투심을 느꼈다. 내년에는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도전하겠다."

이젠 더이상 '한화 막내'가 아니다. 데뷔 이래 믿고 의지하던 선배들을 대거 떠나보냈다. 한화는 2000년생 정은원보다 어린 선수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팀으로 변모했다.

11일 한화 이글스 마무리 훈련 현장에서 만난 정은원은 전처럼 밝은 미소를 짓지 못했다. 정은원은 "올해 야구를 너무 못했다. 1년 만에 인터뷰 하는 것 같다"며 멋적어했다. 지난 2018년 데뷔한 정은원은 내년이면 프로 4년차를 맞이한다. 첫 해부터 주전으로 발탁된 그에겐 중요한 시기다.

'포근이' 정은원에게 올해는 시련의 한 해였다. 꾸준히 상승하던 기량이 벽을 만났고, 지난 8월 14일 삼성 라이온즈 전에서 데이비드 뷰캐넌의 공에 왼쪽 손목을 맞은 이후 시즌아웃되는 불운도 겹쳤다. 전치 4~6주라는 진단이 나왔지만, 생각처럼 잘 회복되지 않았다. 초조해하는 사이 올시즌이 끝나버렸다.

"골절이나 실금이었으면 금방 붙었을 텐데, 뼛조각이 떨어진 거라 생갭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다친 부위가 손목이라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산책하고 산타고, 열심히 걸어다녔다. 이젠 다 나았으니 조금씩 몸을 만들고 있다."

신인 시절 정은원이 처음 주목받은 계기는 신인다운 패기와 더불어 부드러운 수비와 공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었다. 여기에 올시즌에는 한결 좋아진 선구안이 더해졌다. 출루율이 지난해(0.317)보다 크게 오른 0.362를 기록했다. 하지만 스윙이 커지면서 공을 맞추는 능력이 전보다 떨어졌다. 여기에 부상까지 겹치면서 올시즌 기록은 타석도, 안타도, 홈런도, 타점도, 도루도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정은원은 부진의 원인을 자신의 조급함으로 꼽았다. 타격이 잘되지 않으면서 시즌 도중 무리하게 타격폼 변화를 꾀했고, 그러다보니 더 안 좋아졌다는 것. "차라리 부상을 잘 당했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스스로의 미숙함을 반성하는 기회로 삼았음을 강조했다.

"작년 후반에 타격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 내 타격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짚고 새 시즌을 준비했어야했다. 결국 내 준비 부족이다. 시즌 도중에 타격폼 변화를 크게 가져가다보니 마음만 급했다. 부상 때도 안 맞을 수 있는 공이었는데, 내 준비가 늦다보니 맞게 됐다. 지금은 내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훈련중이다."


한화 정은원. 스포츠조선DB

정은원이 없는 사이 한화 2루는 강경학을 비롯해 노태형 이도윤 등의 경쟁 구도가 펼쳐졌다. 세 선수 모두 정은원과는 달리 이미 군대 문제를 해결한 선수들이다. 정은원은 "경기 보면서 응원하다가도 '저기서 내가 뛰어야하는데' 같은 질투심도 들었다. 경쟁은 팀을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면서 "정근우 선배님께 배웠던 2루수의 기본기를 다시 떠올리며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내년 시즌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은원이 뛰던 한화는 30대 중후반의 베테랑들로 가득한 팀이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지금 한화는 대변혁의 시기를 겪고 있다. '레전드' 김태균을 비롯해 이용규 안영명 송광민 최진행 윤규진 등 한화의 터줏대감들이 대부분 떠났다. 이성열(36) 정우람(35)을 제외하면 30대 중반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그 자리는 올시즌 적극 기용된 신인들이 메울 전망이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시즌 막판 "어린 선수들을 너무 많이 등록했다"며 난감해할 만큼 적극적으로 신예 선수들을 기용했다. 새 믿을맨으로 자리매김한 강재민, 하주석의 빈 자리를 메운 박정현, 코너 외야를 책임진 최인호와 임종찬, 대체 선발로 기용된 김진욱 오동욱 장웅정 등이 팬들에게 선을 보였다. 내년이면 데뷔 4년차에 접어드는 정은원에게도 '챙길' 사람들이 생겼다.

"아직 저도 제 앞가림을 못하는 처지고, 나이도 아직 어린 편이다. 20세나 22, 23세나 어차피 20대 초반이고, 내가 중견 선수 소리 들을 입장은 아니다. 선배들과 3년간 야구를 같이 해서 좀더 편하게 적응할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내 입지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좋은 분위기에서 재미있게 같이 야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