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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꼴찌 한화 이끈 최원호 감독 대행의 147일, 향후 행보는?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11-01 18:12


최원호 감독 대행.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최원호 감독 대행이 길었던 한화 이글스의 2020시즌에 안녕을 고했다.

최원호 감독 대행은 총 114경기(39승3무72패), 147일간 한화 1군을 지휘했다. 1995년 김우열(당시 쌍방울 레이더스)의 102경기를 넘어선 KBO 역대 최장기간 감독 대행이다. 지난 10월 30일 정규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일단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프로야구 감독은 '독이 든 성배'로 불린다. 하지만 야구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정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국내에 단 10개밖에 없는 자리다. 시즌 내내 "내 자리는 퓨처스팀 감독"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최원호 감독 대행. 하지만 시즌 종료를 앞둔 그는 복잡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37년간 야구를 해왔지만, 지난 4개월은 돈 주고도 못할 좋은 경험이었다. 스스로 가장 성장한 부분이라면,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스킬이 생겼다는 점이다. 막상 사령탑을 해보니 야구는 계획대로 흘러가는 스포츠도 아니고, 지표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게 많더라. 선수의 성향이나 성실도 같은 걸 알아야 선수의 미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올해 팀 사정상 젊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줄 수 있었고, 그 선수들이 그걸 잘 살려서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뿌듯한 한 해다."

프로야구는 국내 스포츠 최고의 인기와 주목도를 자랑하는 종목이다. KBO리그 사령탑은 대한민국에 단 10개 밖에 없는 자리다. 하지만 그 압박감 때문에 흔히 '독이 든 성배'로도 불린다.

최 대행은 지난해 11월 황폐화된 한화 2군 재건의 중임을 맡아 퓨처스팀 사령탑으로 부임, 현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적응할 새도 없이 개막 한달 만인 지난 6월 8일 갑작스럽게 1군 사령탑을 맡게 됐다.

코칭스태프로의 경험은 일천했던 게 사실. 은퇴 직후인 2011~2012년 LG 퓨처스팀, 그리고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 투수코치가 전부다. 7년간 현장을 떠나있었다. 하지만 야구의 끈은 놓지 않았다.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피칭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투수의 근육 손상과 고관절 움직임에 관한 운동역학 논문으로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현장 복귀를 준비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역시 직접 해보는 게 최고의 공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1군 사령탑 부임 당시 한화의 성적은 7승23패(승률 0.233). 리그 14연패의 수렁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4개월여가 지난 지금, 한화의 최종 성적은 46승3무95패(승률 0.326)다. 승률을 1할 가까이 끌어올렸다. 시즌 막바지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 KT 위즈 등을 잇따라 격파하며 순위 경쟁 속 고춧가루 부대 역할도 톡톡히 했다.


시즌 내내 부담으로 작용했던 KBO 사상 최초 100패, 단일 시즌 최다패(97패)의 가능성을 떨쳐냈다. 리그 최하위, 거듭된 연패의 압박감,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확진자의 발생에도 무리하지 않는 운영으로 팀을 수습하고 재건했다. 베테랑과 신예들의 무한 경쟁 체제를 구축해 전력 강화도 이뤄냈다. "25세 이하 선수들로만 리그를 운영한다면 우승활 자신이 있다"던 그의 호언장담은 강재민 윤대경 김종수 김진욱 임종찬 박정현 등을 통해 입증됐다. 장시환과 김민우는 시즌을 일찌감치 종료시키는 배려도 돋보였다.

"팀 운영의 가이드라인을 세우려고 노력했다. 선수 기용이나 작전 지시를 할 때 근거를 제시하고, 선수들의 부상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우리 팀이 최하위라서 그런 기준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맞다. 만약 순위경쟁을 하게 된다면, 그런 기준과 상황에 맞는 유연성을 두고 고민하게 될 거 같다."

최 대행이 향후 행보는 현재로선 미정이다. 퓨처스 감독으로 복귀할 수도 있지만, 차기 1군 감독 후보군에도 올라있다. 다만 그에 앞서 대표이사가 정해져야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다. 한화는 선수단에 일주일 가량 휴식을 준 뒤 마무리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마무리 훈련은 새로운 사령탑이 지휘할 가능성이 높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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