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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코로나와 싸웠던 김광현 "우울했지만… 버텨서 운이 따랐다"(일문일답)

선수민 기자

기사입력 2020-10-23 12:50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마친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가졌다. 취재진에 인사를 하는 김광현의 모습. 여의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10.23/

[여의도=스포츠조선 선수민 기자] 코로나19와 힘겹게 싸웠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첫 시즌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그래도 '긍정의 힘'으로 버텼다.

김광현은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첫 시즌의 소회를 전했다. 시즌을 마친 김광현은 지난 7일 귀국했다. 2주 간의 자가격리를 거쳐 이날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광현은 시즌을 되돌아 보며 "메이저리그 개막이 연기되면서 '내가 여기 왜 왔나. 야구를 하고 싶어서 왔는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울하고 힘들었다. 그래도 그 때 잘 버텨서 올 시즌 운이 따르지 않았나 생각했다. 행운을 잡으려면 지금 버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버텼다"고 했다.

다음은 김광현과의 일문일답.

-활약하고 귀국한 소감은.

응원해주시고 미국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신 팬들에게 인사하는 자리고, 보고하는 자리다. 또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팬들에게 감사한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코로나19로 리그가 연기가 됐을 때, 한국에 돌아오지 않은 이유는.

한국이 안전했었고, 지금도 미국보다 한국이 코로나19 확진자 비율이 적다. 그래도 혹시 다시 들어갈 때 입국 금지가 되면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것이 걱정됐다. 꾸준히 운동하고, 시차 적응 걱정이 없었다. 통역하는 친구와 음식도 많이 해먹었고 끈끈해졌다. 아담 웨인라이트도 같이 캐치볼을 하면서 끈끈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 시작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통역이 할 수 있는 아닌데, '언제 시작하냐'고 조르기도 했다. 그 때 둘이 같이 요리해서 밥 먹은 게 기억난다. 경기적으로는 첫 승을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끝나고 인터뷰를 할 때 울컥하더라. 내 꿈을 이뤘다는 게 기뻤다.

-올 겨울 한국에서 하고 싶은 건.

몸 관리 때문에 계속 실내에만 있었다. 20세 이후 실내에만 있었던 건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 재활, 치료를 열심히 하려고 한다. 1월부터는 몸을 제대로 만들려고 한다. 사실 내년이 더 중요하다. 올해는 발만 담가본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기자회견까지 할 수 있는 성적을 거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팬들에게 인사하는 자리다. 내년에는 더 당당하게 인사 드리고 싶다.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환했는데, 어려움도 겪었을 것 같다.

마무리에서 선발로 들어가는 게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다. 계속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니까 할 수 있게 됐다. 부담스럽게만 생각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는 걸 느꼈다.

-국내 지도자나 선수들이 투구 템포가 매우 빨라지고 달라진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본인의 생각은.

기술적인 부분에선 계속 발전하는 중이다. 미국에 간 이유도 개인적인 꿈도 있지만, 좋은 기술과 시스템을 배워서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개인적인 꿈을 이루기도 했지만, 향후 더 큰 선배와 사람이 돼서 알려주고 싶었다. 기술적인 건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조금씩 변화를 주려고 한다.

-시즌 중 야디어 몰리나와 호흡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고, 결과도 좋았다. 평소 경기를 하면서 어떤 얘기를 했나. 배운 게 있다면.

몰리나 선수는 내가 공을 잘 던지게 해준 첫 번째 은인이다. 어떤 포수나 마찬가지겠지만, 투수를 가장 편하게 해준다. 타자가 못 치는 공보다는 투수가 잘 던지는 공을 던질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에도 그런 포수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내가 자신 있는 공을 사인을 낸다는 건 나에 관해 연구하지 않으면 모른다. 타자들이 못 치는 공을 던지게 하는 건 전력분석을 보면 나온다. 그걸 잘 캐치해서 사인을 내는 걸 보면 정말 좋은 포수인 것 같다. 내년에도 같은 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본인이 봤을 때 잘 된 점과 잘 안 된 점은.

그래도 점수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게 잘 됐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로 얘기를 많이 한다. 안 좋았던 건 시즌이 진행됐다, 중단됐다 한 것이다. 이제 제대로 된 시즌을 했으면 좋겠다.

-포스트시즌 1차전 선발로 나왔다. 한국의 포스트시즌과 어떻게 달랐나. 느낀 점이 있다면.

포스트시즌의 마음가짐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은 것 같다. 단기전은 투구 하나에 갈린다. 타자들이 모든 공에 집중해서 선택한다는 건 비슷하다. 달라진 점은 코로나로 포스트시즌 때도 창살 없는 감옥이었던 것 같다. 최지만 선수 같은 경우는 아마 3주 정도 밖으로 못 나갈 것 같다. 안쓰럽기도 하다. 포스트시즌 기간에는 코로나에 걸리면 몰수패로 인정되기 때문에 관리가 심해진다.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조쉬 린드블럼과 맞대결도 했다. 인사를 나눴나.

엔트리에 빠졌다가 들어온 첫 경기였다. 떨리는 첫 경기였는데, 상대가 린드블럼이었다. 코로나로 다른 팀 선수와 마주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캐치볼을 할 때 외야에서 쳐다보는 정도다. 한국에서도 아무리 친한 상대팀 선발 투수라도 인사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린드블럼을 만났을 때는 머리 위로 손을 크게 흔들어서 인사를 했다. 반가웠다. 한국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나 메릴 켈리 등을 보면 정말 반갑다.

-전 소속팀 SK 와이번스의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지켜본 마음은.

2007년에 입단해서 올해 같은 성적을 낸 걸 보지 못했다. 안타깝게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게 있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조언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통화하기도 어려웠다. 부상자도 많았다. 2위권에 있으면서 무리를 해서 아픈 선수들이 많았다. 지금부터 몸 관리를 잘해서 내년에 잘했으면 좋겠다. 형들과 통화는 했는데, 한탄을 많이 하더라.

-코로나19 때 SNS에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내가 여기 왜 왔나. 야구를 하고 싶어서 왔는데' 이런 생각도 들었다. 우울하고 힘들었다. 그래도 그 때 잘 버텨서 올 시즌 운이 따르지 않았나 생각했다. 행운을 잡으려면 지금 버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버텼다.

-앞으로 도전할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양현종 김하성 등 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물음표에서 가서 아직 느낌표가 아니다. 내년에 더더욱 느낌표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도전을 환영한다고 말하고 싶고,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싶다.

-세인트루이스라는 팀은 어떤가.

명문팀 답게 시스템이 잘 돼있다.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꿈이기도 했지만, 팀 전용기를 타는 게 꿈이었다. 올해는 원정 갈 때 전용기를 못 탔다. 코로나로 접촉을 최소화해야 해서 일반 비행기를 빌려서 다 떨어져서 앉았다. 빨리 코로나가 없어져서 전용기를 타고 싶다.

-올 겨울 계획과 각오는.

올 시즌 몸을 잘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부터 준비를 할 것이다. 완벽하게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올해보다 운이 덜 따를 수도 있다. 운이 안 따를 때는 실력으로, 실력이 부족한 부분에서 운으로, 잘 엮여서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여의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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