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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포커스]스탠튼도 '빠던' 했다...아쿠나의 사구 논란, 과연 보복투였을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10-07 18:06


epa08725554 New York Yankees designated hitter Giancarlo Stanton watches his three-run home run ball go over the fence off Tampa Bay Rays starting pitcher Tyler Glasnow during the fourth inning of their American League Division Series playoff game two at Petco Park in San Diego, California, USA, 06 October 2020. EPA/JOHN G. MABANG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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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lanta Braves' Ronald Acuna tosses his bat after hitting a solo home run off Miami Marlins starting pitcher Sandy Alcantara during the first inning of Game 1 of a baseball NL Division Series on Tuesday, Oct. 6, 2020, in Houston. (Curtis Compton/Atlanta Journal-Constitution via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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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묘한 데자뷔였다.

애틀랜타 외야수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가 '빠던 논란'에 휩싸였다.

아쿠나는 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트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승제) 1차전에서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을 날렸다.

마이애미 우완 선발 샌디 알칸타라의 바깥쪽 패스트볼을 밀어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타격 후 잠시 멈춰 타구를 지켜본 아쿠나는 배트를 오른손에 거꾸로 잡은 뒤 던지는 플립 세리머니 후 1루로 향했다.

뒤 돌아선 알칸타라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던 순간. 알칸타라의 시선은 다이아몬드를 도는 아쿠나를 향했다.

문제는 마이애미가 4-1 역전에 성공한 직후인 3회말 애틀랜타 공격에서 터졌다. 1사 후 두번째 타석에 선 아쿠나가 알칸타라의 2구째 몸쪽 빠른 공에 왼쪽 엉덩이 위 옆구리 쪽을 강타당했다.

이번에는 아쿠나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전 타석 홈런 직후 98마일 짜리 강속구에 의한 사구. 아쿠나는 고의성을 의심한 듯 바로 1루로 향하지 않고 타석 뒤로 물러나 서성거렸다.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배트를 든 채 홈플레이트 앞을 지나 투수 가까운 루트를 거쳐 1루로 향했다.


충돌을 우려한 심판이 막아서는 순간, 아쿠나는 벤치를 향해 손을 들어 도발의 뜻이 없음을 표현했다. 잠시 술렁였지만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쿠나 쪽으로 다가오던 알칸타라도 이내 돌아섰다.

이 출루가 마이애미에 화근이 됐다. 2사 후 연속 적시 2루타를 허용하며 3-4로 쫓겼다. 결국 7회 역전을 허용해 5대9로 패하고 말았다.

첫 타석 바깥쪽 승부를 펼치다 홈런을 허용한 만큼 당연했던 몸쪽 승부라는 점. 중요한 승부에서 굳이 일부러 출루시킬 이유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구의 고의성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논란의 중심이 된 마이애미 선발 알칸타라는 7일 등판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왜 그는 우리가 맞힐 때마다 고의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당한 몸쪽 승부였음을 강조했다.

다만, 과거 유독 잦았던 마이애미 투수들의 아쿠나에 대한 빈볼 시비와 악연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오해할 만한 상황이긴 했다.


New York Yankees' Giancarlo Stanton tosses his bat after he hit a three-run home run to score Luke Voit and Aaron Hicks during the fourth inning in Game 2 of a baseball American League Division Series against the Tampa Bay Rays, Tuesday, Oct. 6, 2020, in San Diego. (AP Photo/Gregory B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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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08725552 New York Yankees designated hitter Giancarlo Stanton (L) watches his three-run home run ball go over the fence off Tampa Bay Rays starting pitcher Tyler Glasnow as Tampa Bay Rays catcher Mike Zunino (R) looks downward during the fourth inning of their American League Division Series playoff game two at Petco Park in San Diego, California, USA, 06 October 2020. EPA/JOHN G. MABANG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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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볼을 촉발의 원인이었을 수 있는 아쿠나의 '빠던 논란'.

같은 날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포착됐다.

포스트시즌 4경기 연속 홈런을 날리며 괴력의 장타력을 뽐내고 있는 뉴욕 양키스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주인공.

스탠튼은 1-5로 뒤지던 4회초 무사 1,2루에서 탬파베이 선발 글라스노우의 몸쪽 97마일 빠른 공을 당겨 왼쪽 담장을 크게 넘겼다. 4-5로 추격하는 스리런 홈런.

배트를 들고 자신의 타구를 잠시 감상한 스탠튼은 배트를 훌쩍 던지는 배트 플립 후 그라운드를 돌았다.

2회 첫 타석 솔로포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허용한 투수 글라스노우는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듯 타구를 외면했다.

6회 스탠튼의 세번째 타석에 투수가 바뀌었고 빈볼은 없었다.

카스티요가 두번째 투수로 올라와 바깥쪽 승부 만으로 3구 삼진을 이끌어냈다. 보복구를 던지지 않은 탬파베이는 7대5로 승리하며 시리즈를 1승1패, 원점으로 돌렸다.

홈런 타자의 '배트플립'과 '타구감상'은 메이저리그에서 금기시 된 불문율 중 하나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미국 팬들은 코로나19 여파 속에 시청기회를 잡은 KBO리그의 빈번한 '빠던 문화'에 열광했다.

축적된 역사적 함의를 품고 있는 문화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현재로 이어져 온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문화는 생물이다. 끊임 없이 살아 움직이며 변화 한다. 볼거리를 원하는 팬들의 니즈가 있다면 과하지 않은 정도의 배트플립에 대해 투수들이 관대하게 넘어갈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Atlanta Braves' Ronald Acuna Jr., left, is walked to first base after he was hit by a pitch during the third inning in Game 1 of a baseball National League Division Series against the Miami Marlins Tuesday, Oct. 6, 2020, in Houston. (AP Photo/Eric G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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