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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원 사나이 게릿 콜마저 두손 들게 만든 '천적' 최지만의 위엄. 몸값 42배 극복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0-10-07 05:31


탬파베이 최지만이 4회말 뉴욕 양키스 게릿 콜을 상대로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린 뒤 랜디 아로자레나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연봉 85만달러의 타자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투수 게릿 콜(30)을 다시 한번 압도했다. 탬파베이 레이스 최지만(29)이 주인공이다.

최지만이 게릿 콜의 천적임을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도 증명했다. 역전 투런 홈런을 때렸고, 고의 4구까지 얻었다.

최지만은 6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4번-1루수로 선발출전해 3타수 1안타(홈런) 2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팀이 아쉽게 3대9로 재역전패했지만 승부를 떠나 최지만과 콜의 천적 관계는 전세계 야구팬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최지만은 이상하게 콜에게 강하다. 올시즌 7타수 5안타에 2볼넷. 5안타 중 홈런이 2개, 2루타가 2개다. 콜이 휴스턴 애스트로스 소속이던 지난해에도 홈런과 2루타 포함, 5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2년간 콜을 상대로 12타수 8안타, 3홈런, 8타점을 뽑았다. 타율 6할6푼7리에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가 무려 2.400이다.

콜은 최지만을 이겨보기 위해 변화구를 섞기도 했지만 최지만은 콜의 실투를 가볍게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후엔 빠른 공으로만 승부를 해보기도 했지만 최지만의 정확한 타이밍에 2루타를 맞았다. 최지만에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지난 시즌 후 9년-3억2400만달러(약 3800억원), 역대 투수 최고액에 양키스로 이적한 콜이기에 최지만의 강력한 타격이 더욱 인상깊게 다가왔다.

디비전 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둘의 대결은 현지 언론에서 큰 관심사였다. 둘 다 언론 인터뷰에서 서로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최지만은 강한 이유에 대해 "딱히 이유는 없다. 잘 모르겠다.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워낙 좋은 투수라 작년부터 잘 봐왔다"라며 은근히 자신감을 드러냈다. 콜은 "최지만에게 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실투를 많이 던진 것 같다"며 "최지만이 어떤 공에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실투를 줄이는 투구를 해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승자는 최지만이었다. 최지만은 1-1 동점이던 1회말 2사후 타석에 나와 3루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두번째 타석은 달랐다. 1-2로 뒤진 4회말 무사 1루. 최지만은 볼카운트 1B1S에서 콜이 던진 시속 95.8마일(약 154㎞) 빠른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고, 타구는 길게 날아가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최지만은 홈런을 직감했는지 천천히 타구를 보며 방망이를 던졌고, 양키스 중견수 애런 힉스는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천천히 달려가며 타구를 바라봤다.


5회말 세번째 타석에서 믿기지 않는 장면이 나왔다. 콜이 최지만을 고의4구로 내보냈다.

5회초 양키스가 솔로포 2방으로 4-3으로 역전한 가운데 5회말 2사 1,3루에서 최지만이 타석에 섰다. 콜은 최지만을 극도로 경계했다. 초구로 던진 너클 커브가 원바운드가 됐다. 2구째 97.2마일(약 156㎞) 빠른 공은 포수가 점프해서 잡을 정도로 높게 왔다. 볼카운트 2B. 이때 양키스 벤치가 결정을 내렸다. 투수 코치가 마운드로 나와 콜과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고의4구 사인이 나왔다.

연봉 3600만달러(약 418억원)의 콜이 85만달러(약 9억9000만원)의 최지만과의 승부를 포기한 것이다. 둘의 연봉 차이는 42배가 넘는다. 콜은 2사 만루서 마누엘 마고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날 경기는 살얼음 승부가 이어지다가 9회초 양키스가 5점을 뽑으며 9대3으로 이겼다. 콜은 6이닝 동안 6안타(1홈런) 8탈삼진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하지만 최지만에게만은 졌다.

최지만은 경기후 화상 인터뷰에서 홈런에 대해 "직구를 노리고 들어가서 잘 맞은 것 같다"면서 "오늘은 노림수가 좋았다. 변화구가 좋은 선수지만 또 직구도 좋은데 직구를 노리고 들어간 것이 잘맞았다"라고 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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