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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시선]민병헌 기용은 롯데에 손해? 허문회의 생각은 달랐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9-10 05:01


◇스포츠조선DB

[창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수치화 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은 주장 민병헌의 1군 활용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올 시즌 민병헌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시즌 타율 2할2푼7리(278타수 63안타), 출루율 2할8푼4리, 장타율 2할9푼1리, 득점권 타율이 1할5푼1리에 불과하다. 두산 시절이던 2013년 본격적인 1군 주전 생활을 한 이래 가장 좋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18년 FA 계약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두 시즌 연속 3할-110안타를 기록하면서 올 시즌 주장 완장까지 찼지만,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최근엔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채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민병헌을 1군 엔트리에 계속 두고 있는 롯데 허문회 감독의 운영에 의문 부호가 따라다니고 있다. 극도의 부진을 겪고 있는 그를 2군으로 보내 재정비 시간을 갖게 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실제 민병헌이 스스로 2군행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허 감독은 이를 만류했다. 민병헌이 스스로 반등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민병헌이 반등이 아닌 부진을 거듭하자, 허 감독이 고집을 꺾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취임 초기부터 컨디션과 내부 경쟁을 강조했던 그가 정작 시즌 내내 별다른 엔트리 변동 없이 1군 선수 기용을 고집하는 것이 기회를 잡기 위해 분투하는 2군 선수들의 의욕을 꺾는 반작용이 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허문회 감독은 "몸은 아프지 않지만, 머리가 아픈 친구들이 몇 명 눈에 보인다"고 운을 뗐다. 그는 "민병헌이 부상자명단(IL)에 올라 있던 1주일 간 빈자리가 분명히 있었다"며 "2군에서 선수들을 추천 받아봤지만, 아직 (1군에 쓰기까지) 무르익진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메이저리그에서도 주장이 더그아웃, 라커룸 분위기를 어떻게 만드느냐를 중요하게 본다"며 "민병헌은 실력에 앞서 주장 역할을 하는 선수다. 자리를 비우게 되면 선수들 사이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했다. 또 "주장은 개인 뿐만 아니라 동료, 코치진까지 신경 쓸 부분이 많다. 민병헌도 그런 부분에서 머리가 복잡한 감이 있을 것이다. (1군 주전 뒤) 처음으로 야구가 안되서 얼마나 힘들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그럼에도 민병헌의 팀내 역할은 수치화 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2군 기용 문제를 두고도 "데이터를 살펴보니 김민수가 OPS(출루율+장타율) 9할대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대부분 6~7할대"라며 "2군에서 아무리 잘해도 1군에선 낯선 게 분명히 존재한다. 한동희도 2군에선 (OPS가) 8할대였지만, 1군에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2군에) 아직 시간이 필요한 선수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선수 기용은 어디까지나 현장 지휘관인 감독의 권한이다. 그 권한에는 기용에 따른 결과물과 그로 인한 책임도 뒤따른다. 허 감독은 주장 민병헌을 1군에 남겨두는 쪽을 택했다. 이 선택이 가져올 결과물과 그에 대한 평가는 롯데가 어떤 자리에 서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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