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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제일 힘든 사람은 코로나19에 걸린 선수 본인이다. 지금 완전 죄인 취급받고 있지 않나."
지난달 31일 코로나19 확진 사실이 알려지기 전 4~5일간의 행보를 살펴봐도, 신정락은 서산의 2군 훈련장과 식당, 대전의 자택을 오가는데만 전념했다. 이동 수단은 대중교통이 아닌 자신의 차량이었다. 방역 당국은 신정락의 동선 상에서 눈에 띄는 감염 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소위 '깜깜이 감염' 사례다.
무엇보다 '코로나 확진자'인 신정락의 신원이 공개된 것 자체가 문제다. 코로나 방역은 확진자의 동선공개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동선 공개만으로도 개인의 신상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확진 사실이 밝혀진 시민들 대다수가 이에 적극 협조하는 이유는 추가적인 감염을 막기 위함이다.
따라서 방역 당국은 확진자의 동선을 명확히 공개하되, 그 신원은 공개하지 않는다. 이는 기본적인 인권 보호 뿐 아니라, 체계적인 코로나 방역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신정락은 보호받지 못했다. 신정락은 물론 다음날 KBO가 함께 육성군에 머물던 두 번째 확진자의 존재를 밝히자, 그 신원도 여지없이 공개됐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의 말대로, 신정락은 하루아침에 '죄인'이 됐다. 하지만 신정락이 마치 KBO리그의 불행을 부르는 선수마냥 비난받는 것은 부당하다. 지금 이순간 가장 힘든 사람은 다름 아닌 신정락 본인이다.
급기야 신정락이 확진 사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팀동료들과의 소규모 야외 식사자리에 참여한 사실까지 공개되며 비난받기 시작했다. 육성군 선수들 격려차 코칭스태프가 마련한 회식 자리였다. 신정락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될 이유가 없다. 마스크를 쓰고 밥을 먹을 순 없다.
확진자가 나옴에 따라 한화 이글스는 시즌 운영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KBO의 퓨처스리그 일정이 중단됐고, 한화 2군 관련 선수만 무려 52명이 자가격리되는 처지가 됐다. 지금 당장은 음성 판정이 나왔더라도, 향후 확진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 대응 매뉴얼에 따라 최선을 다했음에도 감염된 것이 선수의 잘못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오히려 확진자의 신원이 불과 몇 시간만에 공개되면 향후 코로나19 검사를 망설이는 이들이 나올 수 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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