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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리포트]두산은 왜 '슈퍼 백업' 류지혁을 트레이드 카드로 썼을까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06-08 06:05


두산 베어스 선수단이 12일 잠실야구장에서 훈련을 가졌다. 두산 류지혁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4.12/

[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다양한 포지션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후보 선수를 '슈퍼 백업'이라 칭한다. 물론 모든 팀이 '슈퍼 백업'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내야수 류지혁은 적지 않은 기대를 받았던 선수다. 충암고 졸업 후 고졸 신인으로 2012년 두산에 입단한 그는 줄곧 내야 후보 선수였다. 두산의 내야 경쟁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해결한 후 본격적으로 1군에서 활약을 시작했지만, 2루수 오재원-유격수 김재호-3루수 허경민 등 주요 선수들이 버티는 내야 경쟁을 쉽게 뚫지 못했다.

하지만 백업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류지혁이 출장한 경기수가 그의 활용도를 보여준다. 2017~2019년 3시즌 연속 류지혁은 110경기 이상을 뛰었다. 백업 선수들 중에서는 최다인 편에 속한다. 두산은 2루와 유격수, 3루 그리고 1루까지 내야에 빈 자리가 생기면 가장 먼저 류지혁을 '제 1 옵션'으로 활용했다.

그런데 두산이 7일 KIA 타이거즈와 류지혁과 우완 투수 홍건희를 맞바꾸는 1대1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사실 두산도 최근 오재원과 허경민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내야에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 물론 두사람이 오래 자리를 비우는 것은 아니어도 최상위권 성적을 노리는 팀이기 때문에 공백이 마냥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특히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임을 감안했을 때, 두산이 왜 트레이드 결단을 내렸는지 궁금해질 수 있다.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투수가 필요한 두산의 사정이다. 두산은 5월말에도 SK 와이번스와 2대2 트레이드를 했었다. 당시 투수 이승진과 포수 권기영을 받아오고, 포수 이흥련과 외야수 김경호를 내줬다. 실질적으로 젊은 투수 이승진을 데리고 오는 것이 핵심이었다. 두산은 SK 뿐만 아니라 여러 팀과 투수를 보강할 수 있는 트레이드 논의를 나눴다. 쉽지 않았던 협상 중에 KIA와 카드가 맞아 떨어졌다.

상위권팀인 두산이 당장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수준의 투수를 데리고 오기 위해서는 최소 첫번째 백업 내야수, 혹은 제 4 외야수 수준은 돼야 트레이드가 가능했다. 그래서 류지혁과 홍건희로 1대1 카드가 맞춰졌다.

어느덧 입단 10년에 가까워지는 류지혁을 언제까지 백업 선수로 끌어안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류지혁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트레이드가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고 감안했다. 또 류지혁의 존재로 인해 1군 출장 기회가 빈약했던 신인급 내야수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생각도 있다.

올해 입단한 신인 가운데 기본기를 인정받은 내야수 박지훈이나 권민석, 이유찬, 서예일 등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류지혁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또다른 '미래의 주전'들을 키워야 한다는 게 두산의 계산이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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