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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에이스 J. 디그롬, 팬데믹 여파로 손해보는 것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0-06-01 14:25


뉴욕 메츠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은 만 30세가 넘어서 사이영상을 수상하기 시작했다. 올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사태로 시즌이 축소되거나 취소될 경우 명예의 전당 입성 후보선수로 거론되는 디그롬은 기록 측면에서 손해가 크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올해 메이저리그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여파로 시즌 축소는 확정된 상태고, 가을에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할 가능성이 있어 아예 취소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즌이 사라질 경우 손해보는 건 구단, 선수, 팬들 모두 마찬가지다. 현재 메이저리그(MLB)와 선수노조(MLBPA)는 시즌 개막을 기정사실로 보고 연봉 삭감안에 대한 협상이 한창이다. 삭감폭을 높이려는 구단주들과 경기수에 비례해 받겠다는 선수간 힘겨루기가 만만치 않다. 어쨌든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양측이 협상을 타결해 7월 초 시즌을 개막하는 일이다.

기록의 경기인 야구는 경기수가 줄거나 시즌이 취소되면, 여러가지 기록들이 타격을 받는다. 누적 기록으로 후대의 평가를 받는 선수 입장에선 올해와 같은 사태가 반가울 리 없다. 뉴욕 메츠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32)이 대표적이다. 디그롬은 지난 시즌 11승8패, 평균자책점 2.43, 255탈삼진을 올리며 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을 2년 연속 거머쥐었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디그롬은 올해도 가장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3년 연속 수상할 경우 은퇴 후 명예의 전당 입성을 예약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즌이 열릴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디그롬은 어쩌면 올해 나이만 한 살 더 먹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와 관련해 1일(한국시각) '시즌이 축소되거나 취소되면, 제이콥 디그롬의 명예의 전당 도전이 타격을 받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를 쓴 제리 비치 기자는 '작년만 하더라도 디그롬이 3년 연속 사이영상을 수상해 명예의 전당 입성 행보에 속도를 낼 거라는 질문은 낙관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때문에 이 질문은 애처롭게 느껴진다'면서 '미구엘 카브레라, 클레이튼 커쇼, 앨버트 푸홀스, 맥스 슈어저, 저스틴 벌랜더 등 나이 서른을 넘긴 선수들이 경기를 하지 못해 기념비적 대기록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어쨌든 이들은 명예의 전당 입성을 굳힌 선수들이다. 그러나 이제 막 6시즌을 끝낸 디그롬은 사정이 다르다'고 했다.

이유인 즉 이렇다. 1988년생인 디그롬은 만 30세가 돼서야 진정한 실력파 투수가 됐다. 서른 살에 전성기를 맞았다는 얘기다. 30세 이후 전성기가 시작됐거나 사이영상을 처음 탄 투수로는 스티브 칼튼, 랜디 존슨, 맥스 슈어저가 꼽힌다. 칼튼은 20대 때 첫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33~38세에 나머지 3개의 사이영상 트로피를 받았다. 존슨은 5차례 사이영상을 모두 32세 이후 수상했고, 슈어저는 29세에 첫 수상을 한 뒤 32세와 33세에 두세번째 수상을 했다.

그러나 이들 세 명은 이미 서른 이전에 많은 것들을 누적 기록으로 쌓았다. 커리어 후반 사이영상으로 빛을 더했을 뿐이지, 이미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자격 요건을 20대부터 갖추기 시작했다. 반면 디그롬은 26세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성장 과정을 4년간 밟은 뒤 30세가 넘어 꽃을 화려하게 피웠으니, 이제부터 누적 기록을 쌓아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비치 기자는 '베스트 시나리오는 시즌이 축소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앞으로 없다고 가정하고, 남은 커리어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며 '디그롬이 지금 28세라면 손해라는 생각이 덜 할텐데, 지금 이 순간을 마지막으로 쿠퍼스타운으로 가는 길에 비용이 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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