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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리그 넘버원 파이어볼러 두산 이동원, 영점만 잡힌다면...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04-16 06:11


두산 베어스 선수단이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자체 청백전을 가졌다. 두산 이동원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4.13/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2017년 시범경기였다. 3월 1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맞대결. 난데없이(?) 강속구 대결이 펼쳐졌다.

'파이어볼러'로 소문난 KIA 한승혁이 먼저. 한승혁은 9회초 마운드에 올라 최고 시속 156㎞의 빠른공을 뿌렸다. 이어진 9회말 두산은 이동원을 올렸다. 이동원은 한승혁보다 더 빠른 최고 158㎞를 기록했고, 155㎞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연달아 꽂았다.

그때의 강속구 대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동원은 이후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단 한번도 1군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프로 인생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2012년 두산의 육성선수로 입단했으나 방출,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하고 다시 두산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동원에게 1군은 멀고도 먼 목적지였다. 와신상담 끝에 2017년 시범경기에서 기회를 얻는듯 했지만, 그 운명의 경기 이후 팔꿈치 통증을 느꼈다. 그해 5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과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이동원에게 주어진 다음 미션은 완벽한 재활이었다. 재활을 마친 후 재차 마음을 다잡은 이동원은 지난해 퓨처스 리그에서 14경기에 등판해 1승무패 3홀드 평균자책점 5.93을 기록했다.

이동원은 늘 잠재력을 지닌 '비밀병기'로 불렸다. 두산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봐야 한다. 3년전 교육리그에서 158㎞를 던져 놀라게 했고, 평소에도 155㎞가 꾸준히 나온다. 빠른공 무브먼트는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비교해도 될 정도다. MLB급 강속구 투수"라고 칭찬했다.

'국보 투수'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도 이동원을 주목했었다. 선동열 감독은 2016년 두산 2군 인스트럭터로 투수들을 잠시 지도하던 시절,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 이동원을 꼽았었다. 누구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강속구이기 때문이다. 선 감독이 지난해 오키나와 두산 캠프를 찾았을 때도 가장 먼저 이동원의 불펜 투구를 지켜봤을 정도다.

올해 2군 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한 이동원은 지난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자체 청백전에 등판했다. 놀랍게도 그의 첫 잠실구장 등판이었다. 연습경기인만큼 '비공식' 기록이기는 하지만,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후 홈 구장인 잠실구장에서 한번도 실전을 접해보지 못했던 이동원이다. 그는 청백전에서 청팀의 4번째 투수로 6회말 등판해 1이닝 동안 1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1구, 1구를 던질 때마다 벤치에서 감탄이 터졌다. 잠실구장 전광판에 150㎞이 훌쩍 넘는 숫자가 찍혔고, 이날 그가 기록한 최고 구속은 오재일을 삼진으로 처리할때 기록한 156㎞이었다.

"오늘이 첫 잠실 등판이었다. 기분이 묘하고 처음에는 떨렸다. 만약 시즌 개막 후 잠실에 서게 되면 더 흥분될 것 같다"는 이동원은 "재활 기간에 마음 고생도 많고 힘들었다. 하지만 밸런스 운동에 중점을 두고 꾹 참고 버텼다"면서 "올해 2군 캠프에서 최고 구속은 158km까지 나왔지만 구속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구속보다 제구가 중요하다. 구속은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 오늘도 일부러 전광판을 보지 않고 마지막 공을 던지고 나서만 확인했다"며 웃었다.

그가 강조하는대로 '파이어볼러' 투수에게 제구는 숙명과도 같다. 이동원 역시 누구보다 제구에 대한 고민을 안고있다. 그래도 희망적인 점은 이제 '영점'이 서서히 잡혀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동원은 "오늘은 그래도 거의 원하는대로 (공이)들어간 것 같다. 앞으로도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면서 "재활을 할 때도 구속이 떨어질까 하는 염려는 하지 않았다. 늘 제구가 불안정한 투수로 팬들이 알고 계시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동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등번호를 99번에서 25번으로 바꿨다. 최근 두산에서는 양의지와 배영수가 달았던 의미있는 번호다. 이동원은 "의지형이나 배영수 코치님의 좋은 기운을 받으려고 25번을 달았다"면서 "그만 둘 때 그만 두더라도 잠실에서 한번 던져보자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더욱 독하고 단단하게 마음을 먹은 표정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강조했다. "이제는 정말 야구해야죠."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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