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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2017년 시범경기였다. 3월 1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맞대결. 난데없이(?) 강속구 대결이 펼쳐졌다.
이동원은 늘 잠재력을 지닌 '비밀병기'로 불렸다. 두산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봐야 한다. 3년전 교육리그에서 158㎞를 던져 놀라게 했고, 평소에도 155㎞가 꾸준히 나온다. 빠른공 무브먼트는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비교해도 될 정도다. MLB급 강속구 투수"라고 칭찬했다.
'국보 투수'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도 이동원을 주목했었다. 선동열 감독은 2016년 두산 2군 인스트럭터로 투수들을 잠시 지도하던 시절,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 이동원을 꼽았었다. 누구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강속구이기 때문이다. 선 감독이 지난해 오키나와 두산 캠프를 찾았을 때도 가장 먼저 이동원의 불펜 투구를 지켜봤을 정도다.
"오늘이 첫 잠실 등판이었다. 기분이 묘하고 처음에는 떨렸다. 만약 시즌 개막 후 잠실에 서게 되면 더 흥분될 것 같다"는 이동원은 "재활 기간에 마음 고생도 많고 힘들었다. 하지만 밸런스 운동에 중점을 두고 꾹 참고 버텼다"면서 "올해 2군 캠프에서 최고 구속은 158km까지 나왔지만 구속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구속보다 제구가 중요하다. 구속은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 오늘도 일부러 전광판을 보지 않고 마지막 공을 던지고 나서만 확인했다"며 웃었다.
그가 강조하는대로 '파이어볼러' 투수에게 제구는 숙명과도 같다. 이동원 역시 누구보다 제구에 대한 고민을 안고있다. 그래도 희망적인 점은 이제 '영점'이 서서히 잡혀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동원은 "오늘은 그래도 거의 원하는대로 (공이)들어간 것 같다. 앞으로도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면서 "재활을 할 때도 구속이 떨어질까 하는 염려는 하지 않았다. 늘 제구가 불안정한 투수로 팬들이 알고 계시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동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등번호를 99번에서 25번으로 바꿨다. 최근 두산에서는 양의지와 배영수가 달았던 의미있는 번호다. 이동원은 "의지형이나 배영수 코치님의 좋은 기운을 받으려고 25번을 달았다"면서 "그만 둘 때 그만 두더라도 잠실에서 한번 던져보자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더욱 독하고 단단하게 마음을 먹은 표정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강조했다. "이제는 정말 야구해야죠."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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