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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한국야구위원회)가 17일 발표한 '2020 KBO 소속선수 등록 및 연봉 현황'에 따르면 올해 팀 연봉 1위는 90억1600만원의 롯데 자이언츠다. 각 구단이 제출한 연봉 계약서를 바탕으로 외국인과 신인을 제외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다. 과연 이 금액을 롯데 구단이 실제 지출하는 선수단 인건비로 봐도 될까.
그러나 FA 제도 도입 후 계약금의 성격은 크게 변질됐다. 상호의무이행의 '신뢰'를 표시한다고 보기에는 그 비중이 너무 커졌다. 이번 FA 시장에 뿌려진 383억원 가운데 계약금은 103억2000만원으로 26.9%를 차지했다. 지난해 FA 시장에서는 계약금이 155억원으로 전체 490억원 가운데 31.6%나 됐다. 특히 A급 FA의 계약에서 과도한 계약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오지환과 LG가 계약한 4년 40억원 중 계약금은 16억원으로 40%를 차지한다. 앞서 NC 양의지는 4년 125억원 중 무려 60억원을 계약금으로 받았다. SK 최 정(106억원 중 32억원), LG 김현수(115억원 중 65억원)와 차우찬(95억원 중 55억원), 롯데 이대호(150억원 중 50억원), KIA 최형우(100억원 중 40억원) 등도 계약금 비중이 매우 크다.
계약금은 자신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되지 않는 한 선수의 '소득'이다. 삼성이 2018년 안지만을 상대로 낸 계약금 반환소송에서 승소해 약 21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는데, 안지만은 당시 원정도박 등 혐의로 재판을 받아 징계가 이어졌고 계약도 해지됐다.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계약금은 고스란히 선수의 몫이 된다. 계약금도 연봉이란 얘기다. 종합소득신고 때 제출해야 할 엄연한 선수의 소득임에도 KBO는 이를 무시하고 구단과 선수가 '연봉' 항목으로 지정해 제출한 금액만 집계해 발표한다. 계약금을 연봉에 합산하면 '금액'이 크게 높아지고 이것이 공개되는 걸 선수와 구단이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계약금을 연도별로 고스란히 연봉에 합산해야 하는 시점이 온다. 2023년부터 샐러리캡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KBO이사회는 지난달 21일 샐러리캡 시행을 발표하며 "연봉에는 인센티브 실지급액과 FA의 연평균 계약금이 포함된다"고 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계약금을 마침내 연봉에 합산해 집계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계약시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를 준다. 계약금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말 그대로 보너스다. KBO리그 계약금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그 규모가 5~10%로 작을 뿐만 아니라 선수 연봉에 합산돼 연봉 순위나 사치세 기준에 포함된다.
KBO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올해 평균 연봉이 1억4448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대비 4.1% 감소했음을 강조했다. 고액 연봉자는 이대호(25억원) 양현종(23억원) 박병호 양의지 손아섭(이상 20억원) 순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거액의 계약금을 무시한 자료이니 투명하지 않다. 이대호의 경우 계약금을 합산할 경우 4년간 연평균 37억5000만원을 받는다.
KBO 관계자는 "샐러리캡을 시행하게 되면 계약금도 연봉에 포함해야 한다. 그 전에 연봉 자료를 뽑을 때도 계약금을 계산에 넣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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