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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이 끝나면 또 한 명의 레전드가 유니폼을 벗는다.
지난 8일 선수단 시무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박용택은 "마지막 시즌 새해가 밝았다. 월급 안나오는 시기인데 이렇게 야구장에 왔다"며 농담을 던지면서 "요즘 '선수로서 마지막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센치'하게 보내고 있다. 잠도 잘 안온다"며 심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박용택의 목표는 다른 것이 없다. 무조건 우승이다. 2002년 입단하자마자 다이내믹한 타격과 주루, 수려한 외모로 트윈스의 주축으로 떠오른 그는 지난해까지 18년 동안 모범적인 선수로 팬들의 사랑을 한몸으로 받아왔다. 20012~2018년, 나이 서른을 넘겨 이룬 7시즌 연속 타율 3할과 150안타 기록은 '난공불락'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3차례 FA 협상도 별 무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몸 관리가 중요하다. 은퇴 생각 때문에 밤잠까지 설친다는 그는 "작년에 18년차 만에 처음으로 부상으로 많이 빠졌다. 올해 비시즌 준비는 거의 하나부터 열까지 몸에 대한 것들 뿐이다. '야구를 어떻게 해야지'보다는 '건강하게 1년을 보내야지'라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살이 4~5㎏ 빠졌다. 좀더 빼서 2009년 몸무게 85㎏을 만들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지난해까지 통산 2439안타를 친 그는 최다안타 기록 행진에 관해 "마음 같아서는 올해 200개도 치고 싶다.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것들은 진심으로 없어졌다. 아무 것도 안하고 후배들한테 얹혀서 우승했으면 좋겠다"면서 "하정우가 나오는 영화에서 봤는데, 나도 33명(배번 33번)의 소수 정예를 이끌고 전국을 한 바퀴 돌았으면 하는 그런 공상을 한다. 전국 야구장을 돌면서"라고 했다.
자신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용택은 지난해 두산 베어스 우승의 마지막 투수였던 배영수를 떠올렸다.
"작년에 배영수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한 팀이 아니라 여러 팀을 돈 끝에 마지막에도 우승 헹가레를 받았지 않았나. 어쩌면 내가 꿈꾸는 일일 수 있다"며 "내가 주축이든 아니든 우승하는 경기에서 마지막 타자가 되고 싶은 막연한 소망이 있다. (한국시리즈)7차전 9회말 주자 만루에서 끝내기 안타랄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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