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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그동안 일부 프로야구 구단들은 '지도력'보다 '순혈주의'를 존중해 왔다. 팀 전통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나쁘다고만은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전통과 권위보다는 진화, 소통이 더 나은 가치로 평가받는다. 순혈주의는 점차 내몰리고 있다.
KIA 타이거즈도 도전을 택했다. 구단 사상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주인공은 미국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 출신 맷 윌리엄스(54)다.
외인 감독 물색은 시즌이 끝나고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타이거즈 야구 문화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데 공감한 이화원 사장과 조계현 단장은 시즌이 한창일 때부터 물밑에서 리스트를 만들고 추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때부터 구단은 이미 외국인 감독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였다. 시즌 중반 미국으로 건너가 정예로 추려진 후보들과 인터뷰 면접을 갖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지도자가 윌리엄스 감독이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확실한 지도 철학과 데이터 분석 및 활용 포지션 전문성 강화 프로 선수로서 의식 함양 팀워크 중시 등 구단의 방향성이 들어맞았다. 특히 한국야구를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의욕이 넘쳤다. 적극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윌리엄스 감독은 KIA행이 확정되자마자 SK 와이번스를 우승시켰던 트레이 힐만 전 감독(마이애미 말린스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자문을 구했다. KBO리그의 문화와 특징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따끔한 조언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윌리엄스 감독을 선임하기까지는 두 가지 절차가 남아있었다. 모기업 결재와 윌리엄스 감독이 3루 코치로 속해있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시즌이 마무리돼야 했다. 헌데 그룹에 보고를 하고 최종재가를 맡는 과정에서 또 다시 순혈주의 루머가 터져 나왔다. 구단주가 타이거즈 레전드 출신 A 지도자를 원한다는 소문이었다. 한 매체는 확정 보도까지 냈다. 여론의 시선은 A 지도자 선임으로 몰렸지만, 이미 그룹으로부터 감독 선임에 대한 일임을 받은 구단은 때를 기다렸다. 이달 초 오클랜드가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에 패해 가을야구를 일찍 접자 조 단장은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윌리엄스 감독과 세부협상을 했고, 영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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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내 감독이 아닌 외국인 감독 선임에 모기업이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던 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평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스 신임 감독의 연봉은 국내 최고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높은 이름 값 때문에 2년 160만달러(계약금 40만달러, 연봉 60만달러)를 받았던 트레이 힐만 전 SK 와이번스 감독의 몸값을 상회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다소 높은 연봉과 외국인 수석코치까지 데려오는 것에 모기업이 돈을 쓰는 건 결국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키고 2~3년 뒤 밝은 미래를 그리려는 큰 그림으로 해석된다.
투자의 결실은 윌리엄스 감독이 입국해 마무리훈련에 임하고 있는 선수들을 첫 지휘하러 가는 18일부터 영글 전망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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