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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스토리]끝내기포 최지만, 데뷔 10년만에 성공가도 열었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9-09-26 06:10


탬파베이 레이스 최지만이 25일(한국시각)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서 연장 12회말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박찬호 김병현 추신수 류현진, 그리고 최지만.

메이저리그 정복에 성공한 코리안 빅리거 계보가 탬파베이 레이스 1루수 최지만(28)으로 이어지고 있다. 빅리그 성공의 기준은 주전 확보와 다년 계약이다. 주전 부분에서 최지만은 이제 막 성공가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바야흐로 최지만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최지만은 2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서 연장 12회말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양키스 우완투수 코리 기어린의 84마일 낮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오른쪽 펜스를 라인 드라이브로 넘기는 짜릿한 솔로포를 터뜨렸다.

최지만의 위상이 한층 강화된 건 탬파베이가 이날 승리로 와일드카드 단독 2위를 지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더욱 높였기 때문이다. 2장이 걸린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를 놓고 시즌 막판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탬파베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끝내기 홈런을 치고 홈인한 최지만을 사이에 두고 팀동료들이 폭발적인 세리머니를 연출했다.

최지만은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피곤해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노렸던 변화구가 잘 보여 홈런이 나왔다"면서 "정말 기분 좋다. (동료들이 뿌린)음료수와 물로 샤워할 때의 기분은 정말 최고다"면서 감격스러워했다. 최지만이 메이저리그 끝내기 홈런을 날린 것은 지난해 9월 11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 이어 통산 두 번째다. 이 홈런으로 최지만은 타율 2할5푼7리(481타석 404타수 104안타) 18홈런, 62타점, 53득점을 기록하게 됐다. 모든 부문서 커리어 하이를 경신중이다.

정규시즌 규정타석(502타석)을 채우기는 힘들지만, 미국으로 건너간 지 10년 만에 주전자리를 꿰차는데 성공했다. 최지만은 지난 4월 종아리 통증으로 8일간 결장했고, 올스타 브레이크 앞둔 7월초에는 발목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경기 선발 출전했다. 메이저리그 첫 풀타임을 소화해 이제는 어엿한 빅리그 주전 멤버로 입지를 굳힌 셈이다.

주전으로 올라서는데 있어 쾌활한 성격도 한 몫 했다. 최지만은 탬파베이 클럽하우스 분위기 메이커로 유명하다. MLB.com은 이날 최지만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지난 1년 반 동안 최지만은 클럽하우스에서 분위기를 가장 잘 띄우는 선수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년에는 여러번 익살스러운 춤을 과시했고, 4월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팀 앤더슨의 코를 자신의 유니폼 소매로 닦아주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올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팀이 9월에 그를 가장 필요로 할 때 성큼 다가섰다"고 치켜세웠다.

그의 메이저리그 도전사는 '저니맨' 그 자체였다. 2010년 미국 땅을 밟은 이후 팀을 옮긴 것만 해도 5번이다. 2010년 동산고를 졸업하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한 최지만은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2015년 말 방출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한 직후 룰5 드래프트서 LA 에인절스로 다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주전자리를 잡기까지 그로부터 3번의 이적과 4년의 시간이 또 걸렸다. 2016년 4월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가진 최지만은 그해 54경기 출전해 타율 1할7푼, 5홈런, 12타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2017년에는 에인절스에서 뉴욕 양키스로 옮겨 6경기 밖에 나가지 못했고, 또다시 방출돼 지난해 1월 밀워키 브루어스의 부름을 받았다. 그의 입지에 획기적인 변화가 온 건 지난해 6월 11일 탬파베이로 트레이드 되면서부터다.

탬파베이 케빈 캐시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그는 많은 결정적 기회에서 역할을 해줬다. 간결한 스윙, 빠른 손목을 갖고 있어 타격 시 움직임이 적고, 어떤 구종이든 공략 가능하다"고 했다. 기술적으로도 감독의 신뢰가 부쩍 두터워졌다.

최근 10년간 미국 구단과 계약한 한국 고교 선수 15명 중에 빅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는 최지만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국내로 유턴하고 있다. 최지만의 의지와 열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빅리그 주전을 꿰차는데 대략 8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최지만은 이보다 2년을 더 고생했다.

최지만은 지난 7월 발표된 프리미어12 대표팀 1차 예비 명단에 포함됐다가 이달 초 2차 명단서는 제외됐다. 메이저리그사무국이 40인 로스터 선수들의 출전을 막았기 때문에 KBO로서도 뺄 수 밖에 없었다. 최지만은 당시 "구단에 출전의사를 밝혔고 감독님과 팀도 허락을 했다. 다만 MLB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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