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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자필반-각골난망", LG와 신정락은 그렇게 헤어졌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9-07-30 10:32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은 신정락을 한화 이글스로 보내면서 "비록 떠나지만 받을 준비는 언제든 돼 있다"고 했다. 둘은 2013년 투수코치와 선발투수로 사제 관계가 돼 LG 마운드를 이끌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프로의 세계에서 팀을 옮기는 건 병가지상사다. 하지만 보내는 사람, 떠나는 사람 모두 마음이 편치는 않다.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은 지난 28일 한화 이글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송은범을 영입한 직후 "다행히 신정락을 보내면서 우리가 원했던 송은범이라는 카드가 맞았다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핵심'은 신정락이 한화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어 부활하기를 바란다는 진심을 담은 표현이었다. 지난해 가을 LG 실무 책임자에 올라 선수 수급 작업을 도맡아온 차 단장은 유독 신정락을 떠나보낸 걸 아쉬워했다. 자식과 헤어지는 부모의 심점? 아니면 제자를 향한 스승의 애정?

차 단장은 "내가 투수코치할 당시(2013년) 신정락에게 군대를 1년 미루라고 하고 선발로 전향시켰다. 그때 신정락과 한마음 한뜻으로 정말 형제처럼 지냈다"면서 "결국 정락이는 선발로 성공을 했고, 이후 군대를 갔다. 내가 (LG에서)나오고 작년에 단장으로 오면서 정락을 다시 만났는데 옛 제자를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LG에 입단한 신정락은 1,2군을 오르내리는 평범한 유망주에 머물다 2012년 당시 투수코치였던 차 단장을 만나면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그는 2013년 26경기에서 9승5패, 평균자책점 4.26을 올리며 선발로 제 역할을 했다. 2014년 부상으로 하락세에 빠진 신정락은 그해 말 공익근무요원으로 군입대했다. 신정락에게 가장 빛나는 시절은 아마도 차 단장과 함께 했던 2013년일 것이다.

신정락은 지난 29일 이천연습장에서 짐을 꾸려 새 팀으로 향하기 전 차 단장에게 전화를 했다.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차 단장은 "언젠가는 다시 만날 거"라는 말을 건넸지만, 못내 마음이 아렸던 신정락에게 휴대폰 문자로 다시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헤어지면 다시 만날 날이 반드시 온다는 바람이다.

곧바로 휴대폰을 울린 문자에 차 단장의 마음은 다시 뭉클해졌다. '각골난망 건곤일척, 가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은혜를 잊지 않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자신의 일에 매진하겠다는 각오.

차 단장은 "단장이기 전에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참 이런 친구가 없다"며 "통화를 하면서 '비록 떠나지만 받을 준비는 언제든 돼 있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4자성어 문자를 보냈는데, 똑같이 4자성어로 답을 보내왔다. 내 제자지만 훌륭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신정락은 LG에서 더이상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이미 선발 뿐만 아니라 불펜진도 새로운 인물들로 꽉 차 있기 때문이다. 아픈 손가락이었다. 최근 미래전략회의에서 신정락은 전력 외로 분류됐다. 그러나 한화에서는 일정 부분 활용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 박종훈 단장은 "김재영이 입대하면 사이드암스로는 서 균 밖에 없다. 그걸 떠나서도 우리 팀에는 사이드암 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신정락이 다시 LG로 돌아갈 일은 당분간 없다고 봐야 한다. 한화 신정락이 LG전에서 어떻게 던질 지 누구보다 신경 쓸 사람은 물론 차 단장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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