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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달 27일이었다. 포항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전 경기를 준비하던 김태형 감독은 훈련을 마치고 지나가던 이영하를 불렀다. 그리고는 "영하야. 왜그랬어?"라고 웃으며 손목을 잡았다.
7일 경기에서 두산이 연장 12회말에 터진 오재일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해 김태형 감독은 자신의 '아홉수'를 깨고 개인 통산 400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승리 후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은 바로 이영하 걱정이었다. 선발투수였던 이영하가 승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400승이야 뭐 언제든 하겠거니 싶었지. 그건 아홉수도 아니고. 영하 10승부터 좀 했으면 좋겠는데."
대부분 감독들이 '자식 또래' 어린 선수들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김태형 감독이 같하게 생각하는 어린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이영하다. 올해 22살에 불과하나 지난해 데뷔 첫 10승을 거두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래서 올해 김 감독은 이영하를 스프링캠프부터 일찌감치 4선발로 확정하고 밝혔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른 선발 경쟁 자원들이 있고, 대부분이 이영하보다 선배인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미래 에이스 '이영하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먼저 보여줬고, 이영하는 개막 후 씩씩한 투구로 응답했다. 어린 투수가 자신이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스프링캠프 초반에 미리 확답을 받고 준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이영하 역시 특유의 강심장으로 시즌 준비를 잘했다.
물론 아직 경험도 적고, 풀타임 선발 자체가 처음이나 마찬가지이다보니 흔들릴 때도 있다. 김태형 감독도 그래서 더 유의깊게 이영하를 지켜보고 있다. 김 감독은 "영하가 나이에 비해 든든해보여도 아직 어리다. 내 눈에는 애기같다. 경기 중에도 순간적인 상황, 상황에 조급하거나 걱정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아직 경험이 부족할 뿐이다. 점점 더 쌓여갈 수록 잘할 수 있는 선수다. 코치들이 옆에서 잘 도와주고 있으니 더 기대가 된다"고 이야기해왔다.
전반기 남은 목표는 올스타 휴식기가 되기 전에 10승을 채우는 것. 그렇게 되면 지난해 한 시즌을 풀로 뛰며 달성한 10승을 전반기에 도달하게 된다. 이영하가 더 큰 경험치를 소화할 수 있는 기회다. 김태형 감독의 바람이 이뤄질까. 이영하는 이번 주말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3연전에서 등판 기회를 갖는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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