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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을 거꾸로 헤쳐나가는 배가 있다. 노젓는 힘이 엄청나야 가능한 일이다.
눈부신 피칭이었다. 마운드 위 스무살 청년은 마치 10년 차 베테랑 같았다. 힘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았다. 완급조절로 맞혀 잡을 때는 맞혀 잡고 강하게 승부를 걸 때는 152㎞에 달하는 패스트볼을 뿌렸다. 최고 구속 142㎞의 슬라이더가 결합하면서 타자들이 선뜻 공략하기 힘들었다.
선두타자는 철저히 봉쇄했다. 단 한명도 선두타자에게도 1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안타 2개, 볼넷 1개, 실책 1개. 삼성 출루의 전부였다. 그 4번의 출루 모두 4이닝에 흩어져 나왔다. 누상에 주자가 나가면 더욱 집중했다. 출루한 삼성 선수 단 한명도 2루를 밟지 못했다.
1회 장영석의 적시타로 리드를 잡은 키움은 좀처럼 크게 달아나지 못했다. 4회 무사 2,3루에서 김규민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올렸다. 하지만 이어진 무사 1,3루에서 견제사에 이은 연속 삼진으로 대량 득점 위기를 무산시켰다.
더 달아나지 못한 키움에 불길한 흐름. 하지만 안우진은 꿋꿋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4회말 구자욱 러프 이원석의 중심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
키움은 5회 1사 1,3루 찬스도 후속타 불발로 무산시켰다. 5회말에도 안우진은 선두 2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동엽에게 안타 1개를 허용했지만 후속 이학주를 플라이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안우진은 7,8회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불펜 부담을 최소화 했다.
불리한 흐름을 힘으로 이겨낸 압도적인 피칭이었다.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우완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안우진은 부담스러운 흐름을 극복한 비결에 대해 "좋을 때나 안좋을 때나 늘 0-0이라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오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 경기 1회씩 신중하게 던지자고 생각한다. 6이닝에 3점만 주면 된다고 편안하게 생각하고 마운드에 서고 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를 치를 수록 좋아지고 있다. 공격적으로 볼넷을 안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포항=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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