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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다르빗슈, 亞출신 선발투수 내구성 부실은 '숙명?'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9-04-11 09:33


LA 다저스 류현진은 사타구니 부상을 당하면서 통산 9번째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지난 3일(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 류현진. AP연합뉴스

LA 다저스 류현진이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아시아 출신 선발투수들의 '내구성'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했다가 2회말 투구 도중 왼쪽 사타구니에 불편함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했다. 먼저 덕아웃에 신호를 보내 문제가 있음을 알렸고, 어두운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튿날 예정대로 류현진을 부상자 명단(IL·Injured List)에 올린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어제보다는 오늘 훨씬 좋아졌다고 하더라. 향후 불펜피칭에서 상태가 어떨지 지켜보고 복귀 시점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MRI 검사도 필요없을 정도로 상태는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 열흘 뒤 복귀가 가능하다면 현재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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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해 다쳐 3개월간 재활했던 '그' 부위라 복귀하더라도 신중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부상 이탈은 올시즌 후 벌일 FA 협상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그보다는 당장 경쟁이 치열한 팀내 로테이션을 유지하느냐, 이후 롱런의 발판을 마련하느냐의 문제와 연관된다. 어깨 부상에서 벗어난 클레이튼 커쇼가 이번 주말 복귀하고, 무릎 부상에서 회복한 리치 힐도 곧 재활피칭을 거쳐 로테이션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IL에 오른 것은 이번이 통산 9번째다. 데뷔 시즌인 2013년에는 건강하게 풀타임 로테이션을 지켰지만, 이후 매년 한 두 차례씩 IL 신세를 졌다. 류현진의 부상이 심각해진 것은 2015년부터다. 그해 스프링캠프에서 어깨 부상을 입어 결국 5월 수술을 받았다. 1년여간의 재활을 마치고 2016년 7월 복귀전을 가졌지만, 한 경기 등판 후 이번에는 팔꿈치 통증으로 다시 IL행 통보를 받았다. 2017년에는 엉덩이와 발, 지난해에는 사타구니가 말썽을 부렸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 후 지난해까지 6년 동안 활용가능한(available) 상태로 현역 로스터(Active Roster)에 포함된 기간은 팀 공식 일정의 절반 정도 밖에 안된다. 나머지 절반은 부상 치료와 재활 기간이었다. 2013~2018년까지 다저스의 총 공식경기 기간(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1220일. 이 가운데 류현진이 AR에 포함된 날은 51.2%인 625일에 불과하다. 연도별로 AR 기간은 2013년 201일을 모두 채웠을 뿐, 2014년 200일 가운데 160일, 2015년 193일 가운데 0일, 2016년 199일 가운데 2일, 213일 가운데 2017년 152일, 2018년 214일 가운데 110일이었다.


시카고 컵스 다르빗슈 유 역시 메이저리그 진출 후 통산 9번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지난 5일(한국시각)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 선발등판한 다르빗슈.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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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성에 의문을 받는 또다른 아시아 출신 현역 투수는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다. 2012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다르빗슈도 9번이나 IL에 등재됐다.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데뷔 시즌에는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른 적이 없었지만, 이듬해부터 매년 IL을 오르내렸다. 2013년 7월 어깨 부상으로 처음으로 현역 엔트리에서 제외된 다르빗슈는 2015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아 시즌을 통째로 쉬었고, 2016년에도 절반 가까이 공을 놓았다. 2017년 8월 다저스로 이적한 직후에는 잠시 허리가 안 좋았고, 컵스로 옮긴 지난해에는 팔근육 부상으로 5월에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다르빗슈는 7년 동안 팀의 총 공식경기 기간 1331일 가운데 507일을 IL에서 보냈다. 가동불가 기간이 38.1%로 '유리 몸' 이미지를 피하지 못했다. 그나마 올시즌에는 시즌 개막 로스터에 포함됐지만, 2경기서 합계 6⅔이닝 7안타 11볼넷 6실점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뉴욕 양키스 다나카 마사히로도 메이저리그 진출 후 4차례 IL에 오르는 등 매년 건강이 문제가 돼 왔다. 데뷔 시즌인 2014년에는 팔꿈치 통증으로 7월 9일부터 74일을 결장했고, 2015년에는 손목과 팔뚝 부상을 입어 40일 동안 IL에 올랐다. 2016년 풀타임을 보내며 재기했지만, 2017년 어깨 부상,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을 각각 입으며 IL에 올랐다. 마에다 겐타도 2016년 다저스 입단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두 차례 IL에 올랐다.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지난 시즌 후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대만 출신으로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8년을 뛴 뒤 2012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천웨이인(마이애미 말린스)도 지난해까지 4번 IL에 올랐고, 올시즌에는 로테이션에서 밀려나 중간계투로 등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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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공통점은 아시안 출신이면서 메이저리그 진출 이전 이미 많은 이닝을 던졌다는 것이다. 정규시즌만 따지면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에서 7년간 1269이닝, 다르빗슈는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7년간 1268⅓이닝, 다나카는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7년간 1315이닝을 각각 소화했다. 결국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뒤 누적된 피로와 나이의 영향을 받아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졌다.

메이저리그 출신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나는 메이저에서 4일 쉬고 5일째 던지다가 국내 와서 월요일에 쉬고 상황에 따라 쉬고 그랬는데 확실히 다르다. 메이저리그는 4일 쉬고 등판하는 일이 잦으니 몸에 무리가 올 수 밖에 없다"면서 "답을 내리기 어렵지만, 아시아 출신 투수가 5일마다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건 힘들다. 원래 하던 패턴을 가지고 미국 시스템에 맞춰 던지기 때문에 부상이 온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의 말대로 KBO리그는 월요일마다 쉬기 때문에 4일 휴식 후 등판하는 일이 한 달에 한 번 정도다. 일본 프로야구도 1주일 1회 등판이 일반적이라 휴식일을 충분히 보장받는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정기 휴식일이 없다. 5인 로테이션을 따르기 때문에 4일 휴식 후 등판하는 일이 잦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통산 100차례 선발 등판 가운데 4일 휴식 후 등판이 36번, 5일 휴식 후가 38번이었다.

미국과 중남미 선수들도 같은 입장이지만 적응 측면에 차이가 난다. 김 위원은 "그쪽 선수들은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거쳐 올라온다. 마이너 시스템도 메이저와 똑같다. 5일 로테이션을 하기 때문에 이미 적응한 상태에서 메이저리그에 올라온다"고 했다.

다만 김 위원은 류현진의 이번 부상에 대해 "벤치에 먼저 사인을 보낸 건 본인 몸을 예측하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작년 경험이 있으니까 똘똘하게 잘 했다고 본다"면서 "통증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다음 등판할 때 공을 밀어던지는 지 아니면 제대로 던지는 지 보고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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