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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끝내기' 최원준의 남다른 스피드, KIA 미래를 본 한 판이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9-04-11 09:11



2015년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감독에 이어 김기태 감독이 KIA 타이거즈의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허영택 구단 대표이사는 김 감독에게 강조한 것이 있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육성에도 초점을 맞춰달라는 주문이었다.

사실 프로 팀 감독들에게 '육성'이란 부분은 딜레마다. 육성은 분명 기다림이 동반돼야 하는 단어다. 다만 구단은 그 만큼의 시간을 부여하지 않는다. 성적이 나지 않을 경우 공교롭게도 구단의 평가는 냉혹해진다. 그래서 우선 좋은 성적을 내고 육성을 도모해보자는 식으로 감독들의 생각이 바뀐다.

그런 면에서 김 감독은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전멤버의 부상과 부진으로 '강제 육성'된 상황에서 백업 선수들로 승리를 챙겨가고 있다. 10일 '연장 끝내기'로 NC 다이노스를 꺾은 KIA의 미래를 잘 보여준 한 판이었다.

이날 경기는 사실상 프로 4년차 최원준(22)의 빠른 발로 끝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1-1로 돌입한 연장 10회 말 선두타자로 나선 최원준은 바뀐 투수 강윤구의 초구를 통타,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유재신의 희생번트를 통해 2루로 진루한 뒤 1사 1, 2루 상황에서 최형우의 타석 때 3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이후 최형우의 짧은 파울 플라이 때 엄청난 속도로 홈으로 파고들어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10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KIA 최원준이 연장 10회 말 3루 도루에 이은 최형우의 짧은 외야 파울플라이 때 홈으로 쇄도 끝내기 득점을 올린 뒤 박찬호의 물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사실 최원준은 타격 뒤 홈에서 1루까지 주파시간이 3초대를 기록할 정도로 발이 빠르다. '주루 천재' 김주찬(38)도 엄지를 세울 정도로 천부적인 주루 능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도루는 최원준에게 다른 얘기였다. 아무리 발이 빨라도 상대 투수 타이밍을 빼앗아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1-2루 도루에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연출됐다. 올 시즌도 두 차례나 2루 도루에 실패했다.

하지만 최원준의 남다른 스피드는 NC전에서 차이를 만들었다. 좀처럼 후속타가 터지지 않는 답답한 현실을 주루 플레이로 타개했다. 올 시즌 시범경기 당시 SK전에서 테이블 세터 노수광-고종욱의 발야구에 "우리는 왜 저렇게 빠른 발을 가진 선수가 없지"라고 생각했던 팬의 생각을 180도 뒤바꿨다.

KIA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시즌 초반 '강제 육성' 모드다. 타자 선발 라인업에는 백업 선수들이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다. 분명 화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젊은 에너지는 분명 뿜어져 나오고 있다. 출루만 하면 최원준을 비롯해 이창진(28) 박찬호(24) 류승현(22) 한승택(25) 등 '젊은 피'가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최원준은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은데 코칭스태프가 믿고 기용해주셔서 마음의 짐이 있었다. 요즘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또 "예전엔 수비 불안 탓에 경기에 집중할 수 없을 때도 있었는데 김민호 김민우 코치가 도와준 덕분에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다. 덕분에 타격에도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날처럼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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