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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시작이다. 설렌다.
롯데 팬들, 30일 밤 잠시 설레였다 잠실야구장에 모인 팬들은 변덕스러운 비바람이 옷깃에 스며드는 줄도 모르고 목청껏 '서준원'을 외쳤다.
고졸 신인투수 서준원이 '괴물의 탄생'을 알렸다. 30일 잠실 LG전에서 성공적인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될 성 부른 떡잎은 시작부터 달랐다. 7회에 두번째 투수로 등판, 2이닝 동안 2탈삼진 무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출루는 볼넷 단 하나 뿐이었다. 사이드암스로임에도 최고 구속이 149㎞에 달할 만큼 빠른 공을 거침없이 뿌렸다. 140㎞ 중반을 꾸준히 찍는 패스트볼이 위력적이었다. 여기에 110㎞대 중반의 커브와 슬라이더를 섞어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았다. 비록 7-0으로 크게 앞선 편안한 상황이긴 했지만 두려움 없이 이른 카운트에 공격적으로 던지는 담대함이 고졸 신인답지 않았다. "마운드 위에서 위축되는 선수가 아니"라는 양상문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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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이 하얗게 된다는 프로 데뷔 첫 등판. 사인도 잘 안보인다고 하지만 서준원은 전광판 구속까지 힐끔 돌아 봤다. '최고 구속이 149㎞ 나왔다'는 말에 "146㎞ 아니었어요?"라고 반문한다. 그만큼 그에게 데뷔전은 떨림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범경기와는 많이 달랐죠. 정식 시즌이고 응원도 많이 해주고 하니까…. 장시환 선배님이랑 같은 방 쓰는데 '아무 소리 안들리고, 미트도 잘 안보일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선배님들이 미리 점수를 많이 내주셔서 점수 차가 많이 나서 그런지 안 떨렸어요. 날이 춥긴 했는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니까 몸이 막 달아오르더라고요. 여유가 있고 편했던 거 같아요."
어라? 첫 등판을 마친 고졸 신인답지 않은 소감이다. 궁금증이 커졌다. 내친 김에 7회 박용택의 삼구 삼진 상황을 물었다. (2000년생 서준원에게 1979년생 박용택과의 나이 차는 자신의 나이를 넘는다.)
"야구 외적인 면에서는 당연히 그럴텐데(경외심이 들텐데), 야구할 때는 그런 생각이 안들어요. 부담스럽거나 그렇지는 않았어요. 그저 똑같이 던지던 대로만 던졌습니다."
주변인들의 평가도 남다르다. 이제 막 출발하는 고졸 신인. 보통 신중한 반응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서준원은 다르다. 양상문 감독은 "(신인급 투수들은) 편안한 상황에 내보내면서 만들어줘야 할 투수가 있고, (터프한 상황에서) 강하게 키워도 되는 경우가 있다. 서준원은 강하게 키워도 되는 선수"라고 확신했다. 임경완 불펜 코치도 서준원의 장점을 묻자 "경기를 운영할 줄 아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코칭스태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구위만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도 주눅들지 않는 마인드다.
"타이트 한 상황에서요? 점수 안 줘야 하니까 압박감이 있을 거 같긴 한데, 또 의외로 재밌을거 같아요."
열아홉 신인 투수라고는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 선수. 가식 없이 솔직하게 마음 속에 있는 말들을 훌훌 털어놓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데뷔전 점수요? 이 정도면 100점 줘야죠. 박용택 선배님까지 삼진 잡았으면 만족해야죠."
마운드 안팎에서의 여유, 두둑한 배짱이 묻어나는 표정과 마인드. 2006년 한국프로야구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단숨에 국보급 투수로 자리매김 한 '괴물' 류현진의 향기가 난다.
13년 후인 2019년, 또 다른 괴물 투수 탄생에 대한 예감이 든다. 많은 지표가 서준원을 향하고 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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