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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외야수 이용규(35)가 개막을 불과 1주일여 앞두고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안되면 방출해달라고 했다. FA 다년계약 직후 트레이드를 요구한 예는 프로야구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배영수와 심수창도 선수 뜻대로 방출했지만 둘은 한화 내부적으로 냉정히 말해 1군 전력이 아니었다. 권 혁은 얘기가 달랐다. 좌완에 빠른 볼을 뿌리는 불펜자원은 모든 팀에 부족한 상황이다. 불펜이 넉넉한 한화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무상 방출은 큰 출혈이었다.
이용규의 요구는 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FA계약 선수이고, 아직 시즌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황이다. 포지션에 대한 불만(정근우의 중견수 이동, 이용규는 좌익수로), 타순 불만(이용규는 9번 유력) 등 출전 기회에 대한 불만, 미래 불안을 공식적으로 토로한 것이다. 이용규 개인적으로는 출전 기회가 줄어들면 FA옵션 충족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한화는 '아낌없이 주는 구단'으로 전락되고 있다.
한화 내부에서 출전 기회에 대해 불만이 없는 선수는 많지 않다. 프로야구 전체로봐도 마찬가지다. 기회는 무한정이 제공되지 않는다. 이를 잡기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한화의 경우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 외국인 투수 워윅 서포드, 채드 벨, 그리고 마무리 정우람, 유격수 하주석 정도를 빼면 나머지는 죄다 불만이 있다고 봐야 한다. 정근우는 텃밭을 내준뒤 각 포지션을 돌고 있다. 김태균은 지난해부터 이미 4번 타자 지위를 내려놨다. 송광민은 노시환과 경쟁할 처지다. 강경학 정은원 최재훈 지성준 이성열 등 나머지 주전들도 예외없이 출전에 목말라 있다.
자리를 따내기 위해 발버둥칠 때 내부경쟁, 나아가 팀전력은 상승한다. 강팀은 예외없이 내부경쟁의 틀이 마련돼 있다. 한화는 십 여년 암흑기를 거치며 야구를 그다지 잘하지 못해도 자리는 지킬 수 있는 '철밥통' 팀이었다. 경쟁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용덕 감독이 부임하며 팀체질 개선은 광속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몇몇 선수들은 오히려 자신을 낮추고 팀에 녹아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또 다른 몇몇 선수들은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에 뒤에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화 구단관계자는 16일 "대책을 논의중이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며 답답해 했다. 이용규 대처법을 놓고 한화가 고민하는 이유는 개막을 앞둔 팀분위기 때문이다. 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존재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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