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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든 성배'로 전락한 대표팀 감독...새 기술위 해법 찾을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9-01-14 07:30


2014년 NC 김경문 감독(왼쪽)과 롯데 김시진 감독.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부활 논란 등 우여곡절 끝에 구성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신임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이다. 하긴 해야 하는데 난감한 상황이다. 누구든 새로 부임할 감독은 여러가지 뒷말과 부담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여러 후보가 물망에 오른다. 경륜과 실력, 오래지 않은 공백 등을 두루 고려할 때 적임자는 두명으로 압축된다. 김경문 감독과 조범현 감독이다. 모두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에 손색이 없는 명장이다. 전략적 측면에서나 개성 강한 대표선수들을 하나로 묶어낼 카리스마 측면에서 두루 검증된 사령탑이다. 국제대회에서 거둔 뚜렷한 성과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선택도 쉽지만은 않다. 두 명장 모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모든 문제는 선동열 감독의 불명예 퇴진 과정에서 비롯됐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김경문 감독(왼쪽)과 선동열 감독.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김경문 감독은 선동열 감독과 대학 선후배로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사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에는 감독과 투수코치로 호흡하며 전승 우승의 신화를 함께 이루기도 했다. 선 감독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자리를 선배로서 선뜻 맡기가 썩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평소 '의리'를 중시하는 김 감독의 성격상 더욱 그렇다.

조범현 감독도 마음 편한 상황은 아니다. 총재의 불필요한 언급 때문이다. 정운찬 총재는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손혜원 의원의 질문에 조범현 감독을 언급했다. 손 의원은 '선수 때는 유명하지 않은데 훌륭한 감독이 된 사례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국보급 투수'로 한 시대를 군림한 선동열 감독을 염두에 둔 뜬금 없는 질문이었다. 이에 정 총재는 조범현 전 KT 감독을 거론하며 "조 감독은 선수 때 스타가 되지 못했지만 나중에 우승을 이끈 훌륭한 감독이 됐다"고 답했다.

조범현 감독은 정 총재와 개인적인 인연이 없다. 야구를 잘 아는 정 총재 평소 소신을 밝힌 것 뿐이다. 하지만 결국 이 불필요한 언급은 국감 당시 여러 실언들과 합쳐지면서 선동열 감독 자진사퇴의 불씨가 됐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조범현 감독.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그렇다고 김경문 조범현 감독 외 다른 후보들로 선뜻 눈길을 돌리기도 쉽지 않다. '백전노장' 김성근 김인식 감독이나, 김용희 김재박 감독은 모두 한시대를 풍미한 명장이지만 노장이란 물리적 약점과 길었던 현장 공백이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 젊은 조원우 감독은 롯데와의 잔여계약이 남아있는 상황.

선택지가 많지 않은 현실. 만시지탄이지만 굳이 기술위원회를 부활시켜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할 거였다면 지난 파동 때 선동열 감독을 최대한 보호했더라면 어땠을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져 버린 선동열 감독의 중도 사퇴 과정이 신임 감독의 발목을 잡는 현실이다.


상황을 스스로 꼬아버린 KBO, 쉽지 않다. 결자해지만 남았다. 누구도 힘들어진 '부담이 든 성배'. 말 많고 탈 많은 자리지만 구설수를 감수하고 자신을 희생해 중책을 맡아줄 감독에 대한 명분 쌓기와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 힘차게 출발해도 모자랄 신임 감독의 첫 걸음에 납덩이 같은 짐을 지운 형국. 이래저래 신임 체제 탄생과정에서 산통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총재의 승인으로 업무를 개시할 기술위원회는 올해 올림픽 예선 격인 프리미어12와, 내년 도쿄올림픽을 이끌 신임 국가대표 감독 선임 업무에 착수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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