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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전설처럼 이야기가 오간다. LG 트윈스가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한 게 1994년이니 무관의 세월이 올해로 25년째를 맞았다.
이유가 무엇이 됐든 프로 스포츠는 성적으로 평가받고 돈을 받는다. LG 유지현 수석코치는 1994년 우승 당시를 "야구장 가는 자체가 설레고 흥분됐다"고 기억한다. 그해 신인왕 경쟁에서 유지현은 입단 동기인 서용빈과 김재현을 눌렀다. 이후 10년 넘는 세월을 LG의 주전 유격수로 뛰면서 팀을 대표했다.
1994년을 기억하는 당시 LG 멤버는 1군서 유 코치가 유일하다. 눈빛이 똘망똘망했던 대졸 신인 유지현은 지금 나이 50을 바라보는 아저씨다. 유 코치는 "그때는 신인이라서 프로가 뭔지 명확히 느끼지는 못했다. 게임을 하면서 생갭다 너무 많은 관심을 받다보니 신기했다"며 "지금은 인터넷으로 예매해서 야구장에 오시지만, 당시에는 경기전에 현장 구매를 하려는 팬들이 잠실구장 매표소 앞에 줄을 길게 섰다. 그게 나한테는 설레고 흥분된 마음이었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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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1994년 이후 깊은 수렁에 빠졌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한 뒤에는 10년 동안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암흑의 10년이라 불린다. 그 사이 감독이 7명이 바뀌었다. FA도 많이 데려왔고, 드래프트 1순위 지명 선수들도 많았다.
유 코치는 "우승을 한 다음에 90년대 후반까지 우리는 포스트시즌을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몰랐다"면서 "팀이 한 번 내려 앉으면 올라가기가 어렵다는 걸 지나면서 알았다. 떨어지고 나니 우리가 그런 부분을 간과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다 보니 2000년대 이후로 조바심이 앞섰고, 그런 부분들 때문에 구단도 조급함이 있지 않았나 한다"고 했다.
유 코치는 프로 입단 이후 한 번도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적이 없다. 은퇴 후 코치 생활을 하다 2007~2008년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코치 연수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늘 LG 유니폼을 입었다. 유 코치는 "매일 잠실구장으로 출근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말을 함부로 해서도 안되고 소위 말하는 설레발도 아니다"며 "최고 인기팀이 가질 수 있는 팬들의 응원, 그걸 선수들이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부담 때문에 플레이가 위축돼서는 안된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 LG는 어디까지 갈지 물었다. 유 코치는 "구단이나 감독님이 갖고 계신 생각이 있을 것이다. 난 25년전 그때를 늘 꿈으로 간직하고 있다. 마음이 그렇다"며 "내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동안에는 그 꿈을 또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유 코치는 "지금 이천(LG 2군 연습장)에 가봐야 한다. 신인들 중에 좋은 애들이 많더라"며 웃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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