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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인터뷰]'2000G -18' 이범호 "뛰어난 선수 아니지만 성실하려 노력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9-01-04 06:02



2010년이었다.

자유계약(FA)으로 정든 한화 이글스를 떠나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둥지를 옮긴 뒤 절반이 흘렀을 시점, 질문이 날아들었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느냐." 당시 이범호(38·KIA)는 당당하게 얘기했다. "2000경기, 300홈런, 1000타점입니다." 이범호의 야구인생 목표가 담긴 인터뷰 기사는 대구에 사는 부모님이 스크랩을 했을 정도였다.

이미 홈런(328)과 타점(1122) 목표를 달성한 이범호는 2000경기 출전에 18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18년간 쌓은 자산이다. 역대 20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는 2018년 이후 12명으로 늘었다. 이 중 현역은 두 명(박한이 2097경기, 박용택 2075경기)이다. 이범호는 3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난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다만 어린시절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나가려 항상 노력했을 뿐이다. 이제 2000경기에 18경기가 남았다. 이걸 달성하면 내 꿈은 100% 다 이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기대감과 함께 아쉬움도 남는다. 이범호는 "사실 2000경기를 좀 더 빨리 달성할 줄 알았다. 9~10년 만에 1000경기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615경기를 연속으로 뛰었다. 강우콜드게임 이후 200여경기를 또 다시 연속으로 출전했다. 그러나 그 이후 부상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다. 젊었을 때 달성하고 싶었는데….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중요한 기록이다. 애착이 간다"고 설명했다.


한화 시절 이범호.


성실함과 겸손함, 이범호의 가장 큰 무기였다. 그는 "한화 시절 장종훈 선배와 룸메이트였던 김민재 선배를 보며 배웠고 KIA에선 이종범 선배와 이대진 코치를 롤모델로 삼았다. 모두 성실한 선배님들이다. 나 역시 내세울 건 성실함 뿐이었다. 평범한 실력에 장타를 칠 수 있는 능력 정도밖에 없었다. 훈련을 많이 하는 선배, 야구를 잘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는 선배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쉼 없이 달려왔다. 세월에 장사 없다. 마흔 살 턱밑까지 왔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정성훈(39)이 은퇴하면서 김주찬과 함께 팀 내 최고참이 됐다. 개인성적 외에도 후배들을 잘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범호는 "예전에는 선배들이 있어 따라가면 됐다. 그러나 이젠 팀 내 최고참이 됐다. 친구인 주찬이가 주장이기 때문에 도움이 돼야 한다. 운동장 안팎에서 솔선수범해야 한다. 여유부리는 이가 최고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은퇴, 이범호가 몇 년 안에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다. 이미 일정 부분 수긍한 상태다. "기록이 떨어지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모자란다 생각이 들면 구단과 상의해 '제2의 인생'을 모색할 것이다. 올라갔으면 내려올 준비도 해야 한다. 단 잘 내려와야 한다."


하지만 기량은 아직 충분하다. 2019시즌에도 KIA 주전 3루수는 이범호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내가 혼자서 경기를 다 나서야 한다는 건 젊을 때의 생각이다. 어떤 선수와도 경쟁해야 한다.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 경쟁력은 새로운 마음을 품게 한다. 후배들과 상생해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했다. 이어 "KIA에 젊은 선수들 중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야수가 많다. 최원준 황대인 유승현은 내가 봐도 충분히 능력 있는 후배들이다. 그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얘기해주면서 경쟁도 해야 한다. 젊은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젠 후배들이 팀의 미래가 되고 더 나은 선수생활을 할 수 있게 도우미 역할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챔피언스필드에서 개인훈련 중인 이범호가 바라본 2019년 KIA의 모습은 어떠할까. 2018년보다 더 나은 성적을 꿈꿨다. 이범호는 "(김)선빈이와 (안)치용이는 FA 신분을 갖추는 시즌이기 때문에 스스로 잘할 것이다. 지난해 미흡했던 선수들도 한 단계 도약할것이다. 나와 주찬이는 고참으로서 힘내서 뛸 것이다. KIA에는 야구를 더 잘하고 싶어하는 욕심쟁이들이 많다. 지난 시즌보다 훨씬 더 나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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