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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던 해커의 뒷모습, "이 팀의 미래는 밝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11-24 14:30


◇에릭 해커 인스타그램 캡쳐.

"저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올 시즌 후반 극적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던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가 다시 '구직자' 신세가 됐다.

에스밀 로저스의 부상 이후 대체 선수로 그를 데려왔던 넥센 히어로즈는 고심 끝에 지난 23일 해커 대신 좌완 투수 에릭 요키시와 계약했다. 해커의 기량에는 후한 평가를 내렸지만, 올해 팀 선발진이 모두 우완 일색이었기 때문에 좌완 선발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선수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해커는 불평하지 않았다. 대신 구단과 코칭스태프, 동료 선수 그리고 히어로즈 홈팬들을 향한 애정어린 작별 인사를 전했다. KBO리그에서 통산 6시즌을 보낸 투수의 품격이 한글로 작성한 작별 인사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해커는 24일 자신의 개인 SNS에 사진과 메시지를 올렸다. 야구장에서 히어로즈 모자와 훈련복 차림으로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 하트를 만든 사진을 배경으로 "저는 히어로즈 구단, 프런트, 직원, 코치, 그리고 선수들에게 저를 야구장 안팎에서 환영해주고 존중해줘서 축하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 그룹의 선수들의 미래는 아주 밝습니다"라고 고마움의 인사와 함께 덕담을 남겼다.

사실 해커가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시간은 불과 4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6월말에 합류해 7월3일 고척 SK전에서 첫 경기를 신고했고, 10월28일 인천에서 열렸던 SK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마지막 등판이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해커는 히어로즈의 일원으로 빠르고 깊이 녹아들어갔다. 장정석 감독과 코치진은 그의 존재감을 인정해줬고, 젊은 선수들은 허물 없이 해커와 어울렸다. 더불어 대화가 원활히 통하는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의 역할도 컸다. 그런 환경 속에서 해커는 이승호나 안우진 등 젊은 투수들에게 마운드에서의 마음가짐이나 투구 노하우를 전하기도 했다. 마치 베테랑 국내 투수가 어린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듯 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해커와 히어로즈의 동행은 올해까지만이었다. 올해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구단은 내년 시즌 더 높은 목표를 위해 전력을 개편해야 했고, 그 고민 속에서 왼손 선발에 대한 결론이 나온 것이다. 해커 역시 이런 구단의 결정 배경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구단 역시 해커에게 이런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 덕분에 서로 '아름다운 작별'을 할 수 있었다.

비록 히어로즈와는 작별하게 됐지만 여전히 해커는 KBO리그에서의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도 내보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저는 느낌이 아주 좋고 건강합니다. 어떤 기회가 앞에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준비되어있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매년 저에 대해 그리고 게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계속 관심 가져주세요"라고 인사를 마감했다.


'건강하게 풀 타임을 준비한 해커'는 분명 여전히 매력적인 선발 카드가 될 수 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올해 6월까지 8개월 이상의 시간을 혼자서만 훈련했음에도 올해 히어로즈 선발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구단과 일찍 계약하고 겨울부터 제대로 몸을 만든다면 10승 이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해커가 2019시즌에도 KBO리그에서 뛸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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