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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에 로저 버나디나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정규시즌에서는 외국인 타자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최주환이 지명타자 자리에서 26홈런을 쳐준 영향이 컸다. 하지만 단기전은 다르다. 승부처 타구 하나에 승패가 왔다갔다 하는데, 크게 쳐줄 수 있는 외국인 타자가 없는 건 치명타였다. 4번타자 김재환이 부상으로 빠지자 그 공백이 더 크게 느껴졌다.
두산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2014년 데려온 호르헤 칸투는 이름값에서 최고 수준의 선수였다. 전반기 18홈런을 치며 잘나갔지만, 후반기 부상으로 단 1개의 홈런도 치지 못했다.
2016 시즌과 지난 시즌에는 닉 에반스가 20개 이상의 홈런을 쳐주며 그런대로 활약을 했지만, 지난 시즌의 경우 후반기 부상 여파로 제 역할을 못하며 한국시리즈 선발 출전도 못하는 등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렇게 계속해서 외국인 타자 영입에 실패하고 있는 두산인데, 차라리 자존심을 버리고 어느정도 검증을 마친 선수를 데려오는 게 나을 수 있다. 일본에서 퇴출된 윌린 로사리오가 좋은 카드지만, 선수를 내주는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KIA 타이거즈와의 재계약에 실패한 로저 버나디나는 어떨까. KIA는 내년 35세가 되는 버나디나의 노쇠화를 걱정했고, 더 크게 쳐줄 타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두산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재환, 최주환 등 거포들이 있기에 중장거리 타자인 버나디나 가세가 나쁘지 않다. 지난 시즌 27홈런, 올시즌 20홈런을 기록했는데 넓은 잠실이라 홈런 개수는 떨어질 수 있겠지만 15개 정도만 쳐줘도 땡큐다. 오히려 중장거리 스타일로 잠실에 더 잘 맞을 수 있다. 그리고 2년 연속 32도루를 기록한 발이 살아있으니, 그걸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두산은 1루와 외야를 겸업할 수 있는 외국인 타자를 찾고 있다. 버나디나의 외야 수비력은 설명이 필요 없고, 1루수로 뛴 경기도 있다. 1루 수비 훈련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보완하면 된다. 또, 두산은 외야 라인이 강하기 때문에 지명타자로 돌려 체력도 세이브시켜줄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