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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면 돌아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기자회견을 마치고 일어서서 나가려던 장 감독이 갑자기 취재진을 향해 "김하성에 대한 이야기 하나를 빠트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날 김하성은 7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다. 넥센을 대표하는 강타자로 꾸준히 5번 타순에서 나왔지만, 이날은 하위 타순으로 내려갔다. 장 감독은 "김하성을 좀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며 하위 타순 배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하성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타율이 불과 8푼3리(12타수 1안타)에 그치고 있다. 지나친 부담감 때문으로 파악된다. 이런 김하성을 살리기 위해 장 감독은 고심 끝에 타순 조정을 감행했다.
타순 하향 배치의 이유까지 상세히 밝힌 장 감독이 더 할 말이 있다고 하자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데 장 감독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원래 무언가를 베풀면 또 그만큼 돌아온다고 하는 말이 있지 않나. 그래서 인지 오늘 김하성이 선수단에게 피자를 돌렸다"고 라커룸에서 일어난 일을 털어놨다.
하지만 그 주체가 김하성이라는 게 다소 의외다. 김하성은 전날에도 좋은 활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때문에 다른 '나눔 이벤트'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장 감독의 말처럼, 하도 경기가 안 풀려서 무언가 자선 활동이라도 하면 기운이 좀 달라질까 의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그간 자신의 활약이 미미했던 것에 대해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동시에 4차전에서 선전하겠다는 약속의 의미가 더 크다고 봐야할 듯 하다. 그만큼 김하성은 간절하게 플레이오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간절함이 과연 실제 경기에서는 어떻게 나타날 지 기대된다.
고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