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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상식이 있는 야구팬이라면, 감독의 작전을 해석하고 평가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팬 입장에선 알기 어려운 부분을 유추해보기도 하는데, 갑론을박 논쟁이 이어질 때도 있다. 야구는 수 없이 많은 변수에 다양한 작전만큼이나 열린 해석이 가능하다. 누구나 마음속으로 감독이 되어 스타팅 라인업을 짜고, 투수 교체 타이밍을 구상해볼 수 있다. 대개 과정을 꼼꼼하게 살피기 보다, 결과를 중심에 두고보니 '어디까지나 결과론'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선수, 지도자 경험이 있는 단장은 선수 육성과 영입, 관리 등 전력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데 강점이 있다. 코칭스태프와 의사 소통, 업무 협의 또한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들은 운영, 스카우트, 육성 등 특화된 부문을 담당한다.
그러나 아무리 선수 출신 단장이 장점이 있다고 해도, 유행처럼 번진 최근 흐름을 보면 지나친 감이 있다. 지난 주 LG 트윈스가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49)을 단장에 선임했고, 이숭용 타격코치(47)가 KT 위즈 단장이 됐다. 재도약을 위한 변화를 꾀하면서 이들에게 단장직을 맡겼다.
선수 출신 단장은 역할이 제한적이다보니 문제점도 있다. 최근 들어 KBO(한국야구위원회)와 10개 구단은 예외 없이 마케팅 강화, 야구 산업화를 강조하고 있다. 모기업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변화다. 몇몇 기업은 야구단 운영비를 줄이며 적자폭 축소를 종용하고 있다.
구단들은 당장 완전한 자립이 어렵더라도 모기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그런데 선수 출신 단장들은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추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전문 부서가 따로 있지만, 대외적으로 구단을 대표하는 건 단장이다. 단장이 구단을 대표해 KBO 실행위원회, 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KBOP 이사로 있는데, 마케팅에 관련된 사안은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선수 출신 단장은 전력 구성, 성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선수 출신 단장이 있는 구단들은 운영, 스카우트 등을 제외한 관리 파트를 책임지는 본부장급 임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다수가 모기업 출신으로 살림을 담당하는 재무통이다. 마케팅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 SK처럼 사장이 마케팅 파트를 직접 챙기는 구단도 있으나, 대부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김태룡 두산 단장, 민경삼 전 SK 단장이 성공한 건 선수 출신이면서, 프런트로서 다양한 위치에서 경험을 쌓고 책임을 맡았기에 가능했다. 프런트 출신 단장은 팀 전체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며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다. 운영팀장급 단장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