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독 득점권에 강한 타자 제리 샌즈가 큰 경기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첫번째와 두번째 타석 범타로 물러난 샌즈는 세번째 타석부터 터졌다. 넥센이 어렵게 2-2 동점을 만든 5회말 1사 1,3루 찬스가 찾아왔다. KIA가 투수를 양현종에서 임창용으로 교체했다. 샌즈는 임창용을 한번도 상대해보지 못했다.
익숙하지 않은 투수를 상대로 스트라이크 2개를 차분히 지켜봤다. 그사이 1루 주자 서건창이 2루 도루에 성공하며 주자 2명이 모두 득점권에 있었다. 볼을 커트하며 원하는 공을 기다린 샌즈는 풀카운트에서 7구째를 타격했다. 이 타구는 유격수 맞고 좌익수 방면으로 흘러나가는 2타점 2루타가 됐다. KIA 유격수 황윤호의 수비가 아쉬웠지만, 애초에 타구 자체가 빠르고 잡기 힘들었다. 넥센이 4-2로 역전에 성공한 순간이다. 2루에 도착한 샌즈는 동료들이 환호하는 1루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했다.
|
지난 8월 대체 선수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샌즈는 '클러치 히터'다. 정규 시즌에 25경기만 소화했지만, 안타 27개 중 12개가 홈런이다. 또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율이 1할4푼3리(42타수 6안타)에 그친 반면, 주자 있는 상황에서 4할7푼7리(44타수 2안타), 득점권에서는 5할2푼4리(21타수 11안타)로 강해지는 '득점권 괴물'이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누군가 미쳐주길 기대한다. 특히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샌즈가 바로 그 역할을 해냈다.
고척=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