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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구단도 엄연한 기업이다. 이익(성적, 입장 및 마케팅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비용(연봉, 운영비 등)을 지출하는 경영 활동을 한다. 효율적인 경영 활동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국내 구단 중에 넥센 히어로즈를 제외하고, 금전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단은 없다. 실질적으로 완전한 '프로화'가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는 신세라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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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초 개막에 앞서 각 구단별 연봉 현황 등이 수록된 자료를 발표했다. 여기에 표기된 국내 선수 총 연봉을 일단 기준점으로 삼는다. 10개 구단 선수들의 연봉 총액은 788억9100만원이었다. 지난해(756억3200만원)보다 32억5900만원(약 4.31%)이 증가했다.
반면 KT 위즈는 55억7400만원을 써 연봉 지출 규모가 가장 적었다. KIA의 절반 수준이었다. 55억8200만원을 지출한 NC 다이노스가 총 연봉 규모 9위, 59억8500만원을 쓴 넥센 히어로즈가 8위로 '스몰마켓 트로이카'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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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총 연봉과 올해 각 팀이 거둔 승수로 '연봉효율'을 계산해보자. 그러면 어떤 팀이 가장 효율적인 시즌을 치렀는 지 드러난다. 결국 '성적은 연봉 순이 아니다'라는 게 입증된다. 10일 기준으로 봤을 때 연봉효율 1위 구단은 넥센이다. 142경기에서 74승(68패)를 거둬 1승당 8087만원(천원 단위 이하 절사)의 연봉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두산 베어스다. 두산은 올해 연봉 총액 76억300만원으로 전체 6위였다. 하지만 올 시즌 개막 후 한번도 리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거머쥐었다. 10일까지 140경기에서 90승을 따내 1승당 약 8447만원의 연봉을 쓴 것으로 계산된다. 비록 연봉효율 수치에서 넥센에 약간 뒤져 2위지만, 실질적인 '저비용 고효율 위너'는 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넥센도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두산은 우승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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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쓰면서도 좋은 성적을 낸 두산과 넥센의 팀 운영은 분명히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두 팀은 팀내 경쟁 구도가 활성화 되어있어 젊은 유망주가 계속 성장해 두터운 팀 뎁스를 구축한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러다 보니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선수를 영입하지 않더라도 성적이 나는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만들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KBO리그의 대표적인 인기팀이자 '빅마켓 구단'인 KIA와 롯데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일단 이들은 총연봉 1, 2위임에도 연봉효율은 최저였다. 10일 기준, KIA의 연봉효율 지표는 1억5942만원으로 나온다. 10개 구단 중에서 1승을 거두는 데 가장 많은 돈을 쓴 것이다. 넥센의 두배에 가깝다.
롯데 역시도 비슷하다. 연봉 총액 101억1200만원의 롯데는 66승을 따냈다. 1승에 소요된 연봉은 1억5321만원 꼴이다. 결국 총연봉 1, 2위가 연봉효율 10위와 9위에 오르는 흥미로운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렇게 '비효율 운영'의 대표적인 두 팀이 현재 마지막 남은 포스트시즌 티켓 1장을 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