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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자동관리?' 김현수 타격왕 무혈입성하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9-25 10:43


2018 KBO리그 LG트윈스와 SK와이번즈의 경기가 1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LG 김현수
문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8.16/

부상은 선수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일이다. 예외란 없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다. '부상'이라는 단어를 듣는 것조차 싫어하는 선수를 본 적도 있다. 그만큼 반갑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주 가끔은 부상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때도 있다. 경기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면, 선수로 하여금 한 번 쉬어가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재정비할 시간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부상이 또 다른 형태의 기회를 만들어줄 때도 있다. 최근 발목 부상으로 재활 중인 LG 트윈스 핵심타자 김현수(30)가 지금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동안 뜻하지 않게 자동으로 '타율관리'가 되면서 타격 1위에 올랐다. 어쩌면 이대로 김현수가 앉아서 타격왕 타이틀을 거머쥐게 될 수도 있다.

김현수는 지난 4일 수원 KT전 수비 도중 오른쪽 발목을 접질렸다. 발목이 심하게 꺾이면서 전치 3주 진단이 나왔다. 예정된 회복 기간은 이미 채웠다. 하지만 김현수는 아직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발목 상태는 호전됐지만, 재활하는 동안 실전 감각은 떨어진 상태다. 그래서 아직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2018 KBO리그 두산과 넥센의 경기가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4회말 1사 2,3루서 넥센 이정후가 삼진아웃된 후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9.18/
김현수 본인 뿐만 아니라 시즌 막판 5위 경쟁을 하고 있는 LG 입장에서도 큰 손해다. 실제로 김현수가 빠지며 타선의 무게감이 약화된 LG는 최근 계속 하락세를 그리며 6위까지 떨어졌다. LG 류중일 감독의 입장에서는 오매불망 김현수의 복귀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구름 낀 팀 사정과는 별도로 김현수 개인으로서는 최근 3주간의 휴식이 '반전 이득'이 되고 있다. 경기에 나서지 않아 김현수의 타율(0.362)은 지난 4일자로 고정되어 있는 반면, 타격왕 경쟁자들은 오히려 백스텝을 밟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김현수는 지난 15일부터 열흘 째 타격 1위를 유지하는 중이다. 종전에 1위였던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가 잠시 타격 밸런스 난조로 휘청인 결과다.

재미있는 점은 김현수가 이대로 쭉 1위를 유지해 타격왕 타이틀을 따게 될 가능성이 꽤 크다는 데 있다. 24일까지 김현수는 타율 3할6푼2리(453타수 164안타)다. 이정후는 3할5푼6리(424타수 151안타)를 기록하며 2위로 내려앉았다.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KIA 안치홍이 3할5푼4리(435타수 154안타)로 이정후 턱밑까지 따라왔다. 한때 이정후와 1위 경쟁을 벌였던 두산 양의지는 지금 5위(0.350)까지 내려가 있다.

김현수와 이정후의 차이는 불과 0.006 차이다. 숫자로만 놓고 보면 별로 크게 안 느껴지는데, 현실의 '6리'는 은근히 잘 좁혀지지 않는 차이다. 계산상으로 이 차이를 한방에 역전하려면 이정후가 25일 잠실 두산전 때 4타수 4안타를 하거나 아니면 잠실 2연전에서 8타수 6안타를 하면 된다.

하지만 이러는 게 현실적으로는 무척 어렵다. 그래서 최소 2안타씩 멀티히트 경기를 하면서 조금씩 차이를 좁히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넥센의 잔여경기는 9개 뿐. 이정후에게 허락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결국 김현수가 스스로 까먹지만 않으면, 지금으로서는 타격 1위가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과연 김현수는 타격 1위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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