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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은 선수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일이다. 예외란 없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다. '부상'이라는 단어를 듣는 것조차 싫어하는 선수를 본 적도 있다. 그만큼 반갑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주 가끔은 부상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때도 있다. 경기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면, 선수로 하여금 한 번 쉬어가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재정비할 시간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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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구름 낀 팀 사정과는 별도로 김현수 개인으로서는 최근 3주간의 휴식이 '반전 이득'이 되고 있다. 경기에 나서지 않아 김현수의 타율(0.362)은 지난 4일자로 고정되어 있는 반면, 타격왕 경쟁자들은 오히려 백스텝을 밟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김현수는 지난 15일부터 열흘 째 타격 1위를 유지하는 중이다. 종전에 1위였던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가 잠시 타격 밸런스 난조로 휘청인 결과다.
김현수와 이정후의 차이는 불과 0.006 차이다. 숫자로만 놓고 보면 별로 크게 안 느껴지는데, 현실의 '6리'는 은근히 잘 좁혀지지 않는 차이다. 계산상으로 이 차이를 한방에 역전하려면 이정후가 25일 잠실 두산전 때 4타수 4안타를 하거나 아니면 잠실 2연전에서 8타수 6안타를 하면 된다.
하지만 이러는 게 현실적으로는 무척 어렵다. 그래서 최소 2안타씩 멀티히트 경기를 하면서 조금씩 차이를 좁히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넥센의 잔여경기는 9개 뿐. 이정후에게 허락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결국 김현수가 스스로 까먹지만 않으면, 지금으로서는 타격 1위가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과연 김현수는 타격 1위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