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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지워진 샌즈의 존재감, 딜레마에 빠진 넥센 벤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9-20 10:48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2018 KBO 리그 경기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2사 1루 넥센 샌즈가 좌월 2점홈런을 날린 후 선행주자 서건창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9.12/

어느 순간부터인가 넥센 히어로즈 라인업은 다시 토종 선수들로만 꽉 채워져 있다. 마이클 초이스를 퇴출하고 데려온 제리 샌즈가 안보인다.

문제는 샌즈가 없다고 해서 넥센이 그다지 곤란을 겪지 않는다는 점이다. 샌즈는 불과 12경기 만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샌즈가 없어도 공격력에서 아쉬움이 없지만, 또 막상 아예 안 쓰기도 찜찜하다. 기회를 주면 곧잘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순위 경쟁에서 마음을 놓을 수 없어 그 기회도 쉽게 주기 어렵다. 이래저래 넥센 벤치의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샌즈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첫 선을 보인 건 지난 8월16일 잠실 두산전 때였다.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바로 직전 경기로 선발이 아닌 대타로 나와 안타를 쳤다. 출발은 좋았다. 이어 휴식기를 마치고 재개된 지난 4일 인천 SK전 때는 5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쳤다. 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5일 SK전 때는 첫 홈런포까지 가동했다.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2018 KBO 리그 경기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8회초 2사 3루 넥센 샌즈가 좌익수 앞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9.12/
이때까지만 해도 연착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금세 부진이 시작됐다. 6일 KIA전부터 8일 KT전까지 3경기 연속 무안타. 운도 없었다. 12일 잠실 LG전 때는 시즌 2호 홈런 등 3타점을 기록했으나 팀이 연장 끝내기 패배를 당하며 활약이 묻혔다. 그렇게 점점 무대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결국 18~19일 두산과의 홈 2연전에 연속 선발 제외됐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라고 샌즈의 2경기 연속 선발 제외 이유를 밝혔다.

틀린 말은 아니다. 샌즈는 최근 10경기에서 고작 1할6푼1리(31타수 5안타) 1홈런 6타점에 그쳤다. 타격감이 매우 떨어져 있다. 하지만 뒤늦게 낯선 리그에 와서 처음 보는 투수들을 상대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 슬럼프처럼 보이지만, 초반 적응 과정일 수도 있다. 기회를 좀 더 꾸준히 얻는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기가 별로 좋지 않다. 지금 시점에서 샌즈의 적응을 위해 외야 한 자리를 내주기란 어렵다. 아직 순위 경쟁에서 마음을 놓을 수 없는데다가 팀내 토종 외야수들이 하나같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리드오프 이정후의 자리 하나는 고정이다. 여기에 임병욱과 고종욱 김규민 등이 버티고 있다. 게다가 베테랑 이택근도 있는데, 누구 하나 '지금의 샌즈'보다 못한 인물이 없다.


5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2회 넥센 샌즈가 SK 산체스를 상대로 투런 홈런을 날렸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샌즈.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9.05/
그렇다고 지명타자로 쓰기도 어렵다. 이건 점점 과거의 타격 페이스를 회복하고 있는 서건창의 자리다. 서건창의 최근 5경기 타율은 3할5푼3리(17타수 6안타)로 매우 좋다. 이런 서건창을 빼고 샌즈를 쓰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장 감독은 그런 선택을 할 리 없다.

결국 샌즈가 벤치에 머무는 시간만 기약없이 늘어난다. 가끔 대타로 나와 휘두르는 스윙에 집중력이 실릴 리 만무한 노릇이다. 이래저래 컨디션이 점점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이왕 데려온 외인타자를 이렇게 놔두기도 아까운 일이긴 하다. 팀과 샌즈가 모두 살아날 수 있는 상생의 묘를 찾아야 할 것 같다. SK, LG전의 홈런을 보면 샌즈는 충분히 팀에 보탬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걸 어떻게 살리느냐가 넥센 벤치의 숙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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